수익률은 세후가 진짜다. 종합소득세는 누진율이 적용돼서 소득이 많을수록 급격히 늘어난다. 그러나 누진율이 아무리 심하다 한들 세후 소득을 역전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소득 증가분보다 많은 세금이 부과돼 세후 소득의 역전이 발생한다면? 절세를 위해 일부러 덜 벌어야 할지도 모른다. 세금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료로 인해 이런 억울한 사정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올 6월 말 정부는 9월 이후 국민건강보험제도 변경을 예고했다. 내용을 보면 정책이 크게 두 가지를 겨냥하고 있다. 첫째,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기준을 점차 재산 위주에서 소득 위주로 전환한다. 직장 가입자와 마찬가지로 소득에 6.99%를 곱해 건보료를 부과하고 재산 부과분은 줄였다. 이번 조치로 지역 가입자의 65%인 561만 세대의 건보료가 월 평균 3만 6000원 인하돼 전체 수입은 연간 2조 800억 원가량 줄 것으로 추산된다. 둘째, 지출이 수입보다 큰 건보제도를 지속하기 위해 기존 가입자의 부담을 늘리기보다 신규 가입자를 늘리는 쪽을 선택했다. 올 9월 이후로는 재산이 5억 4000만 원을 초과하면 연간 소득이 1000만 원만 넘어도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다. 장기적으로 보면 피부양자를 줄여 늘어날 수입이 이번 조치로 감소할 수입을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때로는 비용이 투자 성과를 역전시킨다. 1억 원으로 10%의 수익률을 냈다면 8% 수익률의 낸 것보다 성공적이다. 하지만 1000만 원의 수익 때문에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연간 300만 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면 승패는 뒤바뀐다. 건보 제도에서는 2020년 11월 이후 연간 금융 소득이 1000만 원에서 1만 원만 초과해도 1001만 원 전액을 종합소득에 포함시킨다. 금융 소득에 과세할 때 2000만 원까지는 분리과세 하고 초과 금액에 대해서만 종합과세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히 과도하다. 금융 소득과 같은 일회성 소득은 약과다. 더 억울한 사례는 평생 받는 공적연금 액수가 큰 경우다. 지금까지 전문가 대다수가 국민연금을 받을 때 조기 연금보다 연기 연금이 유리하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연금을 늦게 받음으로써 연 금액이 1000만 원을 초과해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가 된다면 당겨 받는 것만 못하게 된다. 기초연금까지 깎인다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보험은 원래 위험률이 동일한 가입자 간에 보험료를 차등해 받을 수 없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은 가입자 간 보험료 차이가 최대 500배에 달한다. 이쯤 되면 건보료는 가장 무거운 세금이다. 이제 투자 결정을 할 때 세금보다 건보료를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 같다. 특히 부동산과 금융 소득은 건보료를 가장 크게 올리는 요인이니 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