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파시스트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차량 폭발사고로 사망한 가운데, 러시아 정보기관이 암살 용의자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여성공작원을 지목했다.
로이터, 타스 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지난 20일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30) 사망 사건 조사 결과 두기나가 운전하던 도요타 SUV 차량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장치가 터졌다고 밝혔다.
FSB는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인 나탈랴 보우크(43)을 사건 용의자로 지목했다. FSB에 따르면 보우크와 그의 10대 딸은 지난달 23일 러시아에 입국해 두기나와 같은 건물의 아파트를 임대한 뒤 한 달간 두기나의 생활 패턴을 조사했다.
보우크가 탄 차량은 러시아에 입국할 때는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번호판을, 러시아에서는 카자흐스탄 번호판을, 출국할 때는 우크라이나 번호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FSB는 보우크가 사건 당일 두기나와 그녀의 아버지가 참석한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행사에 방문한 뒤 두기나의 차량 폭발 사고 이후 러시아를 빠져나가 에스토니아로 도주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다리야 두기나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0분쯤 모스크바 외곽에서 자신이 몰던 도요타 SUV 차량이 폭발해 사망했다.
다리야는 원래 다른 차를 몰았지만 이날은 두긴의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이번 사건이 두긴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연관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 참모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보좌관은 "우리는 러시아 같은 범죄국가도, 테러국가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두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에 영향을 끼친 극우 사상가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적극적으로 찬성했고,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 우크라이나인을 죽이라며 크렘린궁의 군사 행동을 선동했다.
딸 두기나 역시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며 러시아 국영TV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목소리를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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