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이사장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바이오 분야 혁신에 대해 방점을 두고 계신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국제 보건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앞서 찾은 국회에서도 “한국이 글로벌 보건 문제 해결을 이끌 적임국”이라며 선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게이츠 공동이사장은 이날 국회와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연달아 찾아 감염병에 대한 국제 공조 시스템 마련과 한국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마주한 그는 바이오 분야 혁신에 대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의 삶에도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한국이 관대한 지원을 보여준 결과 한국이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고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질병에 대해 보다 나은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얻고 있다”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6월 24일에도 전화 통화를 통해 글로벌 보건 협력 분야 내 한국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9년 만에 찾은 국회에서는 “한국의 과학기술을 통한 더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며 지원 확대를 거듭 요청했다. 그러면서 “한국과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근본적으로 글로벌 보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견고한 백신 제조 역량, 연구개발(R&D) 전문성 등 한국은 코로나19와 진단검사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소아마비·홍역과 같은 감염병 퇴치뿐 아니라 인류를 감염병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이츠 공동이사장의 이번 방한 목적은 한국 정부와의 ‘보건 공조’다. 정부와 글로벌 보건 안보 증진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그는 연설 전 국회의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한국이 10대 경제 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국제 원조를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0.3%까지 해외 원조가 가능한지 여부를 묻기도 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올해보다 약 12% 늘리는 등 ‘세계 10위권 ODA 국가 도약’을 목표로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역시 내년부터 감염병혁신연합(CEPI) 기금 참여를 늘리는 등 글로벌 감염병 대응 협력 확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게이츠 공동이사장에게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 바이오 분야에서 감염병 관련 백신·치료제를 연구하는 좋은 기업들이 많이 있다. 재단 측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면 고맙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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