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윤리위원회에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 마련을 위해 인재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조기에 공천관리위원회를 가동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1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일 혁신위 산하 인재소위(인재를 키우는 정당 소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토의했다. 공관위가 공천 신청자들의 전과 기록 등을 살피며 윤리적 자질을 검증하고 있지만, 윤리위에 해당 기능을 위임해 보다 체계적으로 자질 검증을 하자는 취지다. 선거 때마다 음주운전, 폭력 전력을 가진 인물이 선출직 공직자 후보로 지명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룰을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리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운영 개선 방향도 언급됐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전국위원회의 추인 등 보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윤리위원장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경찰 징계위원회 등을 참고해 보다 명분 있게 윤리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7월 이준석 대표의 징계 과정에서 제기된 윤리위의 문제점에 대한 의논은 없었다고 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인재소위는 말 그대로 인재와 공천 관련 시스템을 다루는 소위”라며 “공천 시스템 개선 토의 과정에서 윤리위가 거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과제인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 도입을 위해 공관위를 선거 4개월 전 발족하고, 공천 인재 DB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선거일 120일 전까지 공관위를 구성한다’고 규정하지만, 선거가 임박해 급하게 꾸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헌당규가 담보한 구성 시기를 준수할 수 있도록 운영 상의 장치도 고민하고 있다”며 “인재 DB를 통해 공관위의 업무 단계를 생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말까지 활동 예정인 혁신위는 빠르면 이달 22일 1차 개혁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향후 구성될 비대위에서 이 같은 내용이 채택되면 국민의힘의 공식 당론으로 인정받는다. 앞서 혁신위를 띄운 이 대표가 징계 처분에 처하면서 혁신위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혁신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동력을 되찾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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