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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어디까지 해봤니[지구용]

안 입는 의류는 곱창끈으로, 찢어진 샤워볼은 비누망으로

<별일뿌듯> 이은재 작가 "지구 보호는 다 같이 하는 조별과제"

작가님이 세탁 세제 대신 쓰는 소프넛, 그리고 소프넛 끓인 물. 소프넛물은 금방 상해서 여름엔 냉장고에 넣어두는데, 남편분이 어느날 사과주스인 줄 알고 마셨단 슬픈 소식...(건강에 이상은 없었다고!)/사진=이은재작가님




"제로웨이스터도 머리가 좋으면 잘하는구나..."

얼마 전, 제로웨이스트&비건 신간인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이하 '별일뿌듯')를 읽으면서 무릎을 몇 번이나 쳤는지 모르겠어요. 친구를 만날 땐 친구가 쓸 다회용 빨대까지 챙겨가고, 더이상 입지 않는 옷을 적당히 자른 다음 밀랍을 입혀서 밀랍랩을 만들고, 스카프는 잘라서 곱창머리끈(스크런치)을 만들고, 찢어진 샤워볼은 비누망으로 부활시키고, 옥수수 삶은 물(특:감칠맛 대왕)은 떡볶이 채수로 쓰고...이런 아이디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플라스틱 포장재가 싫어서 두부를 직접 만드는 대목까지 가면 급 숙연...!

'그저 그런 것도 잘 쓰는 사람'


그래서 당장 만난 <별일뿌듯>의 이은재 작가님. 약속 장소인 망원동 비건카페로 직접 만든 곱창끈이랑 카드지갑(사진)을 챙겨오셨더라구요. 책 읽으면서 미친 센스다 싶었던 작품들을 직접 보게 돼서 영광이었죠. 정작 작가님은 "바느질이 서툴다"면서 막 부끄러워하시고요. 그래서 자세히 봤더니...정말 부정할 수 없...더라고요...?

초면에 실례지만 정말 서투르셔서 당황한 차에 작가님이 황급 but 진심을 담아 "저는 그저 그런 것도 잘 써요!" 말씀하시는 바람에 빵터지고 말았어요.

사진=이은재작가님


에디터는 똥손이라 이런 걸 직접 만들다가 울어버리든가 스트레스로 홧술을 들이킨다거나 할 것 같더라고요. 근데 작가님은 "다행히 만들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라면서, "얼룩진 옷을 고쳐보다 촌스러워서 결국 입고 다니진 못했지만 나중에 기름 닦는 행주로라도 썼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까지 최대한 쓴다는 말.

이은재 작가님은 먹거리를 사는 순서도 남들과 달라요. 포장재를 적게 쓰는 재래시장을 자주 찾는데, "뭘 먹을지 정해놓고 가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싼 식재료를 먼저 산 다음에 뭘 해먹을지 정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요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진짜 어려운 거거든요. 보통은 "앗, 오늘은 OOO이 먹고 싶군!"하면서 앞뒤 안 가리고 막 사니까 냉장고에 남는 식재료가 생겨나곤 하죠. 그런데 작가님은 식재료를 (싸게, 무포장으로) 사는 순간부터 이 재료를 어떻게 소진할지 계획을 세워버리는 거예요. 무서운 사람...!

아이들에게 제.비를 말하지 않는 이유


작가님의 본업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에요. 그럼 아이들에게도 책에 적은 내용들을 가르치고 권유하실 줄 알았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으시대요. 작가님 말씀 그대로 적어볼게요.



"초등학생쯤 되면 온난화가 뭔지 알고, 북극곰 사진도 다 봤어요. 어린이 환경책도 워낙 많고요. 그런데 아이들의 역할은 밥을 잘 먹고 잘 자라는 거지, 세상을 구하는 일이 아녜요. 그래서 교사로서 저는 아이들에게 공포감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제로웨이스트, 비거니즘을 일부러 가르치진 않아요. 물티슈는 플라스틱이니까 꼭 필요할 때만 쓰자면서 두루마리 휴지와 분무기를 가져다 두는 정도?

무언가 바꿀 힘이나 책임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에게 있으니까요. 그래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쓰게 된 거고요. 어른들이 바뀌면 어린이들도 금방 바뀌어요."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작가님의 표정에서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졌어요. 마치 지구를 수호하는 캡틴마블...(TMI : 작가님도 예전부터 지구용 애독자셨대요!)

인터뷰 중에 작가님이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지구 지키기는 나만 잘 한다고 되는 개별과제가 아니라 다 같이 노력해야 되는 조별과제 같은 거예요. 조별과제에서 내가 더 많이 했다고 신나면 그건 호구잖아요(...)." 에디터도 종종 비슷한 생각을 해왔지만 '호구'란 표현에 뼈를 대차게 맞았지 뭐예요...

1~2년마다 프라이팬을 버리기 싫어서 산 무쇠팬. 잘 길들여가며 평생 사용 가능. /사진=이은재작가님


그럼에도 작가님은 개의치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실 거래요. "지하철역에 보면 계단 한 칸을 오를 때마다 수명이 몇 초 늘어난다, 이런 스티커가 붙어 있잖아요. 그게 겨우 0.1초에 불과하더라도 덕분에 지구의 수명이 1초 늘어난다면 해야죠. 당장 아이들을 위해서도요. 뒤늦게 후회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에디터는 책에 등장하는 '평생 쓸 수 있는 무쇠팬', '들깨가루가 들어간 고소한 미역국', '베지스톡을 넣은 단호박수프' 같은 것들을 메모해 뒀어요. 소공녀가 다락방의 식탁을 발견한듯 군침 돌고 설레는 마음으로요.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시길요.

그리고 주목!!! 지구용이 용사님들을 위해서 <별일뿌듯>의 출판사 클랩북스와 도서 리뷰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신청폼 링크는 https://forms.gle/GCLW8TEfbDS59qx9A . 재밌게 읽고 리뷰만 남기면 되니까 많은 참여 기대할게용!

/클랩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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