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목회 생활을 하며 이웃을 위해 살았던 80대가 마지막 순간까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나눔을 실천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하용택 씨(81)가 지난달 27일 간장을 기증해 다른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3일 밝혔다.
하 씨는 지난 7월 24일 밤 화장실을 가다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며 쓰러졌다. 119를 통해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뇌사에 빠져 이미 치료할 수 없는 상태라는 판정을 받았다. 4년 전 뇌출혈 발생 후 무리한 활동을 하지 말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진행하면서도 쉼없이 남을 위한 활동을 이어오던 터라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더 컸다.
경상북도 의성에서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하 씨는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성격으로,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하며 근검절약한 삶을 살았다. 25살에 신학 공부를 시작해 28살에 목사가 된 후 70살이 되어 담당 목사직을 내려놓기까지 평생을 작은 개척교회에서 신앙 활동을 했다. 은퇴 후에는 협동 목사로 목회 활동을 지속하면서 아동지킴이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고 한다. 4년 전 뇌출혈로 건강이 나빠지고도 폐수집과 같은 노인 일자리 활동을 통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가족들은 생전에 시신 기증을 통해 의학 연구를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자던 고인과의 약속을 떠올리고 힘들지만 장기기증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하 씨의 아내 황순자 씨는 “평소 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의료진에게 물으니 뇌사는 장기기증이 가능하다고 해 기증 결심을 내렸다”며 “사람은 죽으면 화장 또는 땅에 묻혀져 없어지는 몸인데 마지막 길에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손녀 딸 하은영 씨는 “나이가 많든 적든 기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할아버지의 기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증에 대해서 알고 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하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평생을 남을 위해 헌신하시고 마지막 길까지 남을 위해 모든 것 내어주신 기증자와 그 결정을 함께 해주신 기증자 가족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숭고한 생명나눔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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