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매주 목요일’은 남녀 주인공(강동원, 이나영)만의 행복한 시간이다. 필자에게도 <나만의 행복한 시간>이 있다. 서울 종로구 OO빌딩 7층. 매주 월요일이면 퇴근 후에 어김없이 찾는 곳이다.
취미생활의 하나로 월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린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일로 버킷리스트에 적어두고 있다가 3년 전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이 쉰 살이 넘어서 미처 몰랐던 작은 소질을 발견한 것이다. 어느새 그림 그리기는 필자의 ‘부캐(부캐릭터)’ 중 하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취미생활로 기타, 드럼, 색소폰, 하모니카 등 악기를 배우는 사람도 있고, 캘리그래피나 서예를 배우는 사람도 있고, 주말에 텃밭을 일구는 사람도 있다. 인생 후반전을 위한 적절한 취미활동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그림 그리기를 추천하고 싶다.
자신은 그림에 도통 소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꾸준히 배우면서 그리다 보면 누구나 다 실력이 는다. 인생의 후반전에 취미로 그리는 그림일 뿐 대학 입시나 밥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소질이나 실력을 따지기보다 흥미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 프로의 실력이 아니면 어떠한가? 내가 재밌으면 그만이다.
필자는 몇 년 전에 글쓰기 앱 <브런치>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기만 했다. 그러다가 가벼운 주제로 내 글을 쓰기 시작했고 브런치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급기야 졸작이지만 책도 한 권 썼다. 책 표지 디자인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고, 편집, 교정 등 거의 전 과정을 혼자의 힘으로 해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값진 경험이었다. 이렇게 온 힘을 쏟아부은 열정은 앞으로의 내 인생을 더욱 설레고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의 저자 김유진 변호사는 “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이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은 각자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많은 일을 하면서도 여유로운 하루를 즐기고, 어떤 사람은 별로 하는 게 없는데도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곤 한다”라고 하면서, “여유로운 하루는 시간에 끌려다니느냐 아니면 내가 시간을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강조한다.
그림 그리기, 글쓰기, 걷기, 봉사활동 등 필자의 다양한 부캐 활동에 대해 주변 사람에게 “도대체 그 많은 활동을 어떻게 다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답은 명쾌하다. 첫째, 부캐는 회사 업무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해라. 그러면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 즐겨하는 게임으로 밤샌 친구가 피곤하다는 말 하는 거 들어봤는가?
둘째, 위에서 언급한 김유진 변호사처럼 시간을 주도적으로 써라. 시간에 끌려다니지 마라. 그러면 여유는 저절로 생긴다. 셋째, 하고 싶은 일이 많을수록 그에 맞는 체력을 키워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뭔가를 하고 싶은데 사전 계획과 준비에만 바쁘고 시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일수록 ‘내일부터는 꼭!’을 수시로 부르짖는다. 그렇지만 내일은 또 다른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겠는가? 내일은 영원히 오늘이 되지 않는다.
뭔가를 하기에 인생의 적당한 시기란 없다. 우리는 이미 인생의 전반전을 통해 그런 시기는 기다려봐야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 않으려는 핑계를 만들지 말고 지금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서 시작하라.
늘어난 기대수명 때문에 인생의 장년기가 길어졌다. 김형석 교수의 말처럼 인생 후반전에 해보고 싶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만이라도 계속해 살려간다면, 늦게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보다 더 큰 행복과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행운과 기회는 결코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금과옥조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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