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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한 도로 위에 공원이 생겼네요"…90년 만에 연결된 종묘~창경궁[르포]

일제가 가른 종묘-창경궁 녹지로 연결

"청와대-광화문광장-송현동 부지 잇는

서울 도심 자연·역사·예술 공간될 것"

서울시가 창경궁과 종묘를 90년 만에 다시 연결하는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을 완료했다고 20일 밝혔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숲으로 이어져 있던 종묘와 창경궁은 일제가 1932년 '종묘관통도로'(율곡로)를 개설하면서 단절됐다. 사진=서울시 제공




“50년 전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여기가 민둥산이었어요. 그때는 종묘와 창경궁 사이 도로가 육교로만 연결돼 있었는데 이렇게 산책로로 바뀌니 걸을 맛 나겠네요.”

21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원남동 사거리와 안국역을 잇는 도로가 갈라놨던 창경궁-종묘 사이 공간이 90년 만에 이어져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서울시는 21일 오후 ‘창경궁-종묘 역사 복원’ 시민 개방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여한 종로구민 유 모 씨는 “고등학생 시절 차가 쌩쌩 다니던 도로 위를 지나가며 통학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 이렇게 멋지게 해놨으면”이라며 소회를 전했다.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최응천 문화재청장, 정문헌 종로구청장, 종로구 16개동 주민 자치 대표 등이 참석해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했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다음날인 22일부터 본격 개방될 예정이다. 행사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창덕궁 돈화문 앞 율곡로 터널 입구에 다다르자 산책길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길을 따라 올라서니 율곡로 지하도로 위로 창경궁, 종묘 사이를 가로지르는 녹지 산책로가 펼쳐졌다. 행사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창경궁과 종묘를 연결하는 북신문(北神門)을 관람한 뒤 원남 사거리 방향 산책로 끝에서 마무리됐다.

복원된 북신문. 사진=서울시 제공


이날 주민자치 대표로 참여한 시민들은 “10년 넘게 이어져온 복원 공사가 녹지가 무성한 산책길로 완성된 걸 보니 속이 후련하다”고 입을 모았다. 종로구 가회동 주민 김 모 씨는 “그간 서울대병원에 갈 때마다 컴컴한 율곡로를 걸어 다녔는데 녹지가 무성한 공원길로 다닐 수 있게 됐다”며 웃음지어 보였다. 종로구 교남동 주민 박 모 씨는 “산책로 하나로 창경궁과 종묘가 연결돼 종로구에 큰 공원이 생겼다”며 “시민들도 편하게 찾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념사에서 “이번 복원이 완성되면서 최근 개방된 청와대, 국립현대미술관, 다음달 6일 개장을 앞둔 광화문 광장과 녹지공원이 될 송현동 부지까지, 서울 도심이 역사·문화·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거듭나는 데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복원 사업으로 율곡로는 지하화되고 그 위에 8000㎡ 규모의 녹지 산책로가 생겼다. 사진공동취재단


종묘와 창경궁은 본래 담장을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었으나 1932년 일제가 현 율곡로인 ‘종묘관통도로’를 내면서 갈라놓았다. 시는 율곡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약 8000㎡ 규모의 녹지를 만들어 연결하고 일제가 없애버린 창경궁과 종묘 사이 궁궐 담장(503m)과 북신문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궁궐 담장에는 공사 중 발굴한 옛 종묘 담장의 석재와 기초석이 30% 이상 재사용됐다.

하현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일제가 단절한 역사 공간을 복원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며 “왕족이 쓰던 공간을 시민께 개방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행사 도중에는 종묘로 통하는 북신문 안쪽이 잠시 개방되기도 했다. 닫혀있던 문을 여니 종묘로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신문은 창경궁과 종묘를 연결하는 통로로 이번 복원 사업의 핵심이지만 아직은 굳게 닫혀있다. 현재는 궁궐 담장길 산책로에서 종묘와 창경궁 안쪽으로 드나들 수는 없는 상황이다. 종묘와 창경궁의 관람 형태가 달라 조율이 필요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문화재청과 협의 중”이라며 “창경궁과 종묘의 통합 관람 체계를 마련하고 문화재 보호를 위한 추가 협의가 이뤄지는 대로 개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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