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이준석 대표 징계로 들어선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의 지속 여부를 두고 대립하는 모양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권 대표 대행 체제를 공개 지지하며 장제원 의원 등 ‘친윤’과 한 편에 선 반면 비윤으로 분류되는 4선 김기현 의원 등은 조기 전당대회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향후 권 직무대행의 리더십이 어떤 판단을 받느냐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여론이 확 기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현 당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권 직무대행 체제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기 전대론을 일축하고 권 대표 대행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는 “당 대표의 궐위가 아닌 상황에서 조기전대론은 주장하더라도 당장 실현될 수 없으며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안 의원이 친윤 의원들과 같은 편에 선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조기 전대를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진 장 의원은 전날 “지금 지도 체제 문제로 왈가왈부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어제 다 얘기했다”며 쐐기를 박았다. 또 친윤인 김정재 의원도 이날 라디오(BBS)에서 “직무대행 체제는 의원들께서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친윤 그룹은 아닌 4선 김 의원은 이날 “당헌당규에만 부합하면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것이고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이냐”며 조기 전대론에 불을 붙였다. 그는 ”결과적으로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해야지, 몸부림을 쳐야지 (된다)”며 “이 문제는 책임 있는 분들의 정말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복귀가 당 내홍을 격화시킬 것이란 가능성도 거론하며 이 대표가 돌아올 자리를 없애는 조기 전대론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또 다른 비윤 의원도 직무대행 체제 불가론을 제기했다. 3선 조해진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우선 “직무대행 체제가 우리 중진회의나 의원총회에서 완벽한 합의를 통해서 이루어진 체제가 아니다”며 “직무대행 체제가 가장 옳다고 다수가 그렇게 동의하고 의결해서 그렇게 간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무대행 체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이 하나씩 노출이 되고 있다”며 “역시 비대위로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 당권 주자들의 대립에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자신에게 우호적인 의원과 조직을 확보할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직전 원내대표를 역임한 김 의원은 바로 전대를 여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형국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은 PK(부산·경남) 쪽에서 상당한 조직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조기 전대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의 영수인 권 대표 대행의 당 대표 출마도 막는 효과가 예상된다. 권 대표 대행이 원내대표를 사퇴하고 당 대표에 출마하기엔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 주장에 동조하는 비윤 의원들이 결집하면서 조기 전대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지 주목된다. 이는 권 대표 대행이 정국에 부담이 되는 논란의 소지를 제공하거나 당무 처리 또는 원내 협상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오면 조기 전대론이 분출될 수 있다.
다만 이는 이 대표에게 사퇴를 호소하거나 압박하는 목소리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직무대행 체제를 바꾸는 길은 이 대표 사퇴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직무대행 체제가 맞는다는 당헌당규 해석을 이제 와서 바꾸는 것은 무리하다는 분석이다. 최고위원회 의결 정족수가 미달될 수준으로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는 방법도 있으나 조기 전대론자들조차 최고위원들이 자진해서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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