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택시장 붐이 사그라들면서 중앙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록적인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도 잡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자칫 급락하면 경제에 큰 충격파를 몰고 올 수 있어 마냥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적인 금리 인상 흐름이 전세계 주택시장 붐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경제에 깊은 상처를 주지 않고 물가를 잡으려는 중앙은행에 또 다른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급등한 전세계 부동산 가격은 최근들어 내림새로 돌아섰다. 6월 캐나다의 계절 조정 평균 주택 가격은 올 초 고점 대비 8%나 떨어졌고 뉴질랜드 역시 지난해 말 고점 대비 6월에 8%가 내렸다. 5월 스웨덴 주택 가격은 전월보다 1.6% 미끄러지며 코로나19 발발 이후 월간 기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물가를 잡으려는 중앙은행에게 주택 시장의 거품을 빼는 일은 꼭 내야 할 ‘비용’으로 평가된다. 주택 가격이 하락해야 집 주인들도 소비를 줄여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게 된다. 건설 경기도 둔화하고 은행의 대출도 줄어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 지난달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주택 경기의 진정된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며 "경기가 과열됐기 때문에 이 같은 진정세는 경제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앙은행이 너무 급진적으로 금리를 올렸을 때다. 이에 주택가격이 급락해버리면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WSJ은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과 최근 주택시장 과열 상태, 집 주인들의 금리 민감도 등을 고려할 때 캐나다와 뉴질랜드, 호주, 스웨덴 등이 특히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리스크를 감안할 때 일부 중앙은행들은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만큼 금리를 올릴 수 없을 것"이라며 "일부는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심지어 부동산 급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완만한 주택시장 둔화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 내야 할 비용으로써 수용되겠지만 급락은 중앙은행들의 정책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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