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905년 수단 독립 전쟁 ‘마흐디 운동’으로 초토화된 수아킨항을 대체할 포트수단(Port Sudan)을 건설했다. 수아킨은 그리스 지리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가 홍해를 순례한 뒤 ‘희망의 항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을 만큼 천혜의 항구였다. 그러나 마흐디 운동 진압 과정에서 심하게 파괴됐고 산호초까지 무성해져 세계 각지에서 밀려드는 해상 물동량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수아킨에서 북쪽으로 40㎞ 옮겨져 조성된 포트수단은 첨단 항만 시설과 선박 수리 시설을 갖추면서 서부 홍해 항로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인구 49만여 명의 포트수단은 수단 수출입 물동량의 85%를 처리하는 거대 무역항이다. 서남쪽으로 700㎞ 거리의 수단 수도 하르툼과 철도로 연결돼 있고 항만 남쪽 10㎞ 지점에 신공항까지 들어섰다. 전 세계 컨테이너 물량의 30%가량이 지나는 핵심 해운로인 홍해 연안에 위치해 지정학적 가치가 매우 크다. 중국이 포트수단을 ‘진주 목걸이 전략’에 포함시켜 대규모 자본 투자에 나선 것도 전략적 가치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아예 포트수단에 자국의 해군기지를 건설하려고 했다. 다만 이 계획이 좌초될 것이라는 관측을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최근 제기했다. 러시아가 포트수단에 300명의 병력과 군함 4척을 상주시킬 수 있는 해군기지를 세워 인도양까지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에 수단 정부가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양국은 2017년부터 해군기지 건설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2019년 독재자였던 오마르 알바시르 당시 수단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축출되면서 사업이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러시아는 2019년 러·아프리카 서밋을 열어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 나섰고 올해 1월에는 서아프리카 말리에 러시아군을 주둔시켰다. 설령 포트수단 확보 계획이 물거품이 되더라도 아프리카를 향한 러시아의 팽창 야욕은 여전할 것이다. 노골적으로 ‘일대일로’를 표방하는 중국의 패권 행보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주변 패권국의 사냥감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로 힘과 실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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