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남도의 항구 도시 흥남이 일제강점기 식민지 공업화를 이끄는데 어떻게 역할을 했는지 문헌 자료와 당시 생존자 인터뷰, 다양한 문학작품 등을 통해 분석한 책이다. 저자인 차승기 조선대 국어국문학부 교수는 흥남이 식민지 질서의 재생산을 이루는 원천적 장소이자 식민지를 장악하려는 폭력의 최전선이었으며,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라고 칭한다. 흥남은 당시 일본질소비료주식회사가 ‘동양 최대 규모의 전기-화학 콤비나트’를 건설하며 생긴 도시로, 10여 년 만에 인구 20만명의 공업도시로 급변했다. 비료 공장에 일하러 온 일본인에게는 ‘조선 수당’이 붙은 임금을 받고 각종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천국이었지만, 조선인에게는 생존이 위협받는 지옥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2만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