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72년 사상 처음으로 단행했다. 세 차례 연속 인상도 전례가 없다. 경기 침체 위험을 알면서도 “고물가를 못 잡으면 더 큰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점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이 총재는 “연말 금리 2.75~3.00% 예측은 합리적”이라고 했다. 두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경제 풍랑’을 이겨내야 한다.
우선 금융시장의 후폭풍을 차단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이후 1.7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가계 부채 이자는 23조 6173억 원에 이른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 차주’ 부실은 2금융권부터 급증할 것이다. 부동산발(發) 부실도 걱정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로 전세를 낀 채 집을 산 갭 투자자들의 집단 부실화가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 유사한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시장 시스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 기업 등 실물 부문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값 급등으로 채산성은 최악이다.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은행 등 일반 대출 물꼬를 찾고 있지만 한계 기업은 먼 나라 얘기다. 당국이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단기어음(CP) 매입 기간 연장 등 ‘링거 대책’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다.
더 심각한 것은 외환시장이다. 미국은 이달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단숨에 1.0%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 유출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한국 증시에서 6월에만 외국인 자금 3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한국이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 외채는 지난해 말 1662억 달러였다. 외환보유액이 4382억 달러에 이르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윤석열 정부는 실물·금융·외환시장을 아우르는 ‘3중 방파제’를 속히 마련해야 한다. 구축을 늦추거나 부실하게 쌓으면 글로벌 긴축 쓰나미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비상식량’을 준비하지 못하면 환란에 버금가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정치권·기업·가계 모두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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