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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설치’로 국가경찰위원회 부실화 우려…“권력 수사 개입 가능성 오히려 커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경찰제도 개선안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 청취를 위해 5일 오후 세종시 보람동에 있는 세종남부경찰서를 방문해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애초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던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가 더욱 부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간 유명무실해왔다고 비판을 받아왔던 경찰위 기능의 공백을 타 행안부의 경찰 통제가 ‘경찰위 패싱’이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위는 30년여 전 1991년 경찰청 출범과 함께 경찰 권력의 집중화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상임위원이 1명에 그치고 정기 회의가 월 1회밖에 열리지 않아 그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찰위도 내부 보고서에서 “시간과 보좌 인력의 부족으로 형식적으로 의결이 이뤄지는 바람에 경찰청장과의 균형과 견제는 ‘법조문’에서만 있을 뿐 통제·감독기관으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경찰국 설치가 현실화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유명무실했던 경찰위의 견제 기능이 더욱 부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4일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국의 주된 업무는 인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경찰 권력을 견제하고 수사의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경찰국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 고위직에 대한 인사권이 이미 행안부 장관과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행안부의 ‘인사 지휘’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고위직 인사 과정을 살펴보면 경찰청장(치안총감)의 경우 경찰위의 동의를 얻어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치안감·경무관 등 역시 행안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행안부 장관-경찰청장’의 코드 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인사 권한에 외부 인원으로 구성된 경찰위가 개입함으로써 권력 견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위 위원은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이 추천한 4명과 국무총리가 추천한 3명으로 구성된다.



현행법은 행안부 장관의 지휘권이 경찰위를 거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장관은 경찰국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로 정부조직법을 들었다. 정부조직법 제7조는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청에 대하여 중요정책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행안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대해서는 경찰법에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돼있다. 경찰법은 인사·예산 등 경찰 사무 전반에 관한 사항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했는데 이때 “행안부 장관은 경찰위에서 심의·의결된 내용이 적정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할 때 재의를 요구하는 방법을 통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각 정부 부처 특수성을 반영해 검찰청법, 감사원법이 있듯 경찰 조직의 역사와 특수성을 고려한 경찰법에 따른 법리 해석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전반에 관한 법률인 정부조직법에 나오는 장관의 지휘권이 경찰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한 경찰법에서 ‘경찰위에 재의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한정됐다는 얘기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경찰국을 통해 수사권을 통제하려는 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수사 부서에 근무하는 경찰관 A씨는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말하면서도 이전 정권에서의 부실 수사를 들먹이는 것부터가 모순”이라며 “애초 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경찰위의 권한을 실질화하면 되지 왜 행안부 내 기관을 따로 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행안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을 제외한 경찰청법 제정 취지와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며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는 치안이라는 명목 하에 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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