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예능의 수위가 어디까지 높아지는 걸까. 미묘한 감정의 남녀 사이가 리얼로 비춰지는 연애 예능이 몇 차례 붐을 일으키더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요소까지 더해지기 시작했다. 일면식도 없던 남녀가 수영복을 입고 밀착하는 것은 물론, 혼숙까지 한다. 요즘 세대의 연애 스타일인 건지, 방송을 위해 자극성에 초점을 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웨이브에서 독점으로 방송하는 iHQ 예능 ‘에덴’의 이야기다. ‘에덴’은 8명의 남녀가 모여 짝을 찾아가는 과정은 여느 연애 리얼리티와 같지만, 지난해 연애 리얼리티의 지각 변동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솔로지옥’의 수위를 뛰어넘을 정도다.
성경 속 에덴 동산을 모티브로 한 이곳에는 7계명도 존재한다. 이름 외 정보는 절대 함구할 것, 서열조장을 금지하고 반말을 할 것 등이다. 아담과 이브가 형상화하듯 8명의 남녀는 수영복을 입고 첫 만남을 갖는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반말로 대화를 이어가고, 모든 정보를 차단한 채 서로에게 집중한다. “추후 서로의 사회적 배경을 알고 선악과를 먹은 이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PD의 설명이다.
순수한 만남에 초점을 둔 설정이라고 하지만 자극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첫 만남의 수영복 차림은 구릿빛 피부, 복근 등 몸매에 집중된다. 수영복을 입고 짝피구를 하는 장면에서도 과도하게 몸을 밀착해 스킨십을 하는 부분이 반복된다. VCR을 보는 MC들도 쉽게 말을 잇지 못하며 당황해한다.
혼숙 설정은 압권이다. ‘베드 데이트’라는 이름의 혼숙은 ‘에덴’만의 확연한 차별점이다. 날마다 미션 우승자가 그날의 침대 메이트를 고를 수 있는 침대 배정권을 받는 일종의 특권이다. 미리 고지되지 않는 설정에 반발하는 출연자의 모습도 부각시킨다. 순수하게 사람 대 사람으로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지만 자극성에 기대지 않았다고 할 수만 없는 대목이다.
놀랍게도 ‘에덴’은 15세 관람가다. ‘에덴’과 비교되는 넷플릭스 미국 예능인 ‘투 핫’ 역시 출연자들이 여름에 수영복을 입고 휴양지를 배경으로 미션을 이어간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섹스 금지령이 있을 만큼 선정적이고 노골적이어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한국판 ‘투 핫’으로 홍보될 만큼 선정적인 장면이 다수인 ‘에덴’의 관람 등급은 의아스럽다.
선정성 논란에 이어 출연자 전과 논란은 ‘에덴’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의 문제점으로 거듭 언급되고 있는 문제다. 인터뷰 외 특별한 검증 체계가 부족해 출연자 검증의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남성 출연자는 과거 두 차례 폭행 혐의로 입건된 전과가 있는 보디빌더 출신 피트니스 모델. 검증의 한계에 속하는 부분과는 다르다. 시청자들이 방송 출연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자 출연자는 직접 반성의 뜻을 전했다. 반면 ‘에덴’ 제작진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시식평 ? 불편함은 언제나 시청자의 몫이죠
관련기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