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이른바 ‘짤짤이’ 발언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자 민주당이 둘로 쪼개지듯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 의원이 속한 처럼회가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당내 대표적인 그룹이라는 점에서 8월 전당대회를 두고 ‘친명vs반명’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는 양상입니다. 20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당 윤리심판원 회의가 5시간째 이어지자 민주당 한 수도권 의원은 “중징계든 경징계든 징계가 나온 뒤 일단락이 돼야 하는데, 다시 계파 갈등, 당 내홍으로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해당 의원의 우려는 하루 만에 그대로 현실이 됐습니다. 최 의원 징계로 봉합 수순을 밟던 민주당의 내홍은 다시 불이 붙고 있습니다.
다만 진짜 민주당의 위기는 최 의원의 징계보다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징계는 당 내부의 '찻잔 속 태풍' 그칠 테지만 의원직 상실은 윤석열 정부의 민주당 흔들기의 서막이라는 전망입니다. 최 의원의 당원권 정지 6개월 결정에 친명vs반명 대결로 부침을 겪을 수는 있지만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대세를 흔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을 더욱 견고하게 결집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반면 최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어렵게 건너간 ‘조국의 강’을 다시 거슬러 돌아오는 형국이 될 처지라는 겁니다. 진짜 위기의 본질이 다가오고 있는데 ‘짤짤이’냐 ‘OO냐’를 두고 계파갈등까지 비화되는 게 무슨 의미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최강욱, ‘조국 전 장관 아들 허위 인턴’ 의혹… 2심서 의원직 상실형
실제 최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대학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달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습니다. 물론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상소심서 1심과 같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조국 전 장관 리스크로 민주당은 다시 휩싸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되면 피선거권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최 의원은 2심 판결 직후 “(법원이) 왜 검찰의 표적 수사가 아니라고 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조국 전 장관 재판 과정을 보면 사법부 판단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진행될지는 장담키 어려운 현실입니다. 특히 지금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 검찰 출신 법무장관이 정권 1, 2위 서열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윤석열 정부입니다.
2심 선고 재판부의 선고 내용을 봐도 최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닙니다. 당시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아들이 상당한 횟수에 걸쳐 (최 의원의) 사무실에 방문했다는 정황을 찾을 수 없다”며 “(사무실) 방문 이유와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인턴 확인증은) 최 의원이 직접 작성하고 날인한 문서로서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며 “(대학 입학 사정) 평가위원으로서는 (인턴 확인증을)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대학 입학사정 담당) 평가위원들이 심사를 하더라도 내용이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면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인턴 확인증이 입학 사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는 최 의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최 의원이 대법원에서 무죄 입증에 성공할 경우엔 자신의 정치입지는 강화되고, 민주당 리스크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면 2심이 그대로 받아 들여져 의원직을 상실하면 최 의원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자체가 무색해지게 됩니다.
최강욱 정조준 박지현 전 위원장 고발 당원 서명
그럼에도 최 의원 징계에 강성 지지층은 격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아직 비상대책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윤리심판원 결정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격앙된 반응들이 21일 하루 종일 쏟아졌습니다. 특히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 의원의 거짓 발언, 은폐 시도, 2차 가해 행위를 종합해봤을 때 무거운 처벌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최 의원을 비롯해 팬덤정치에 기댄 의원들이 주도한 검수완박은 지방선거의 가장 큰 패인이었다. 이 모든 패인의 중심에 처럼회 회원들이 있고 처럼회는 강성 팬덤에 기대 당과 선거를 망친 책임을 인정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친여성향 커뮤니티는 박 전 비대위원장을 비판하는 글들로 도배가 됐습니다.
특히 일부 단체는 같은날 공지문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을 겨냥 “오는 22일 오후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위원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무고죄로 고발하겠다”며 “최 의원이 김 의원에게 ‘짤짤이 하는 것 아냐’라고 발언한 것을 ‘OO이’로 잘못 알아들은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한 일을 가지고 ‘성희롱 사건’, ‘성폭력 사건’이라고 명백한 허위사실을 온 나라에 유포했다. 심지어 공당인 민주당의 윤리심판원으로 하여금 최 의원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주게 만든 박 전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한다”고 예고하는 등 윤리심판원 결과로 인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김어준 “한쪽 주장 100%맞다 판단”vs이상이 “민주당 수술대 눕혀야”
외곽 인사들까지 가세하는 모양새입니다. 김어준 TBS 뉴스공장 진행자는 “주장과 주장이 부딪히는데 6개월 중징계라는 것은 한쪽 주장이 100%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고 굉장한 중징계”라고 지적했고, 맛칼럼리스트 황교익 씨는 “증거 없이 몇몇의 주장만으로 사건 실체를 파악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저는 늘 의문을 갖고 있어 이럴 경우에 판단을 미루나 주장만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다수가 믿으면 저의 의문은 사회적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푸념 정도로 들리고 말 것”이라고 애둘러 윤리심판원의 결과를 비판했습니다.
반면 이재명 의원의 핵심정책인 기본소득을 비판한 뒤 당원자격정지 8개월 징계를 받았던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민주당은 성희롱 발언에는 당원권 6개월 정지 처분, ‘기본소득 대 복지국가’라는 건강한 노선 및 정책 논쟁을 제기한 데 대해선 분서갱유를 자행하며 당원권 8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라며 “중병을 앓는 민주당을 당장 수술대 위에 눕혀야 한다”고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친이낙연계가 윤리심판원위원이다” 음모론까지
최 의원 징계를 두고 강성 지지층의 격앙된 감정은 윤리심판원 위원에 친이낙연계 의원들이 있다는 음모론에서 정점에 달했습니다. 이른바 ‘개혁의 딸(개딸)’은 최 의원에게 징계를 의결한 윤리심판원 소속이라며 8명의 의원 사진과 실명을 공개하는 등 이른바 ‘좌표찍기’와 문자 폭탄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즉 김회재 의원을 비롯해 김종민, 신영대, 양기대, 오영환, 윤재갑, 이병훈, 안규백 의원 등 8명의 의원 명단을 커뮤니티에 공개했지만 정작 이 명단과 달리 윤리심판원은 대부분 외부 인사로 구성돼 있는 만큼 ‘엉뚱한 화풀이’가 됐습니다. 윤리심판원의 징계 결정은 오는 22일 비대위 보고 절차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지지하고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고 검찰개혁을 바라는 마음을 가진 지지층이 민주당의 진짜 위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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