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중국 백주 ‘연태고량(烟台古?)’은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술이라는 의미를 넘어 상표로서 식별력이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오랜 세월 국내 소비자에게 단일 브랜드로 알려진 만큼,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했다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5-3부(우성엽 부장판사)는 주류유통사 A사가 중국 고량주 제조사인 B사를 상대로 “연태고량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중국 산둥성 연태시 소재의 B사는 2003년부터 국내 무역업체 C사와 독점계약을 맺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연태고량주를 선보여 왔다. B사는 2018년 6월 C사에게 ‘연태고량주’ 상표에 대한 국내 독점사용권을 부여했다. B사의 연태고량주는 국내 백주 시장에서 점유율이 50% 이상을 웃도는 등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고량주로 자리 잡았다. 해당 상품의 판매액은 2018년 약 186억원, 2019년 약 199억원, 2020년 약 171억원으로 매년 2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문제는 C사가 아닌 다른 무역업체들도 현지 주류제조사들과 손잡고 ‘연태고량주’라는 이름의 술을 국내에 내다팔면서 발생했다. 여기에 경쟁사들이 ‘연태고량주’와 관련된 상표를 한국 특허청에 잇달아 출원하자 B사는 소송전에 나섰다.
A사 역시 B사와 분쟁을 겪던 업체 중 하나였다. A사도 ‘연태고량주’ 상표를 등록했는데, B사가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하자 B사를 상대로 무효심판을 제기하는 맞불을 놨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B사의 손을 들어줬고, A사는 특허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사는 “‘연태고량주’라는 상표는 애당초 소비자가 ‘중국의 연태 지방에서 생산하는 술’로 인식하는 상표”라며 ‘산지 및 지리적 명칭은 식별력이 없어 상표로 등록될 수 없다’는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3호나 4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B사는 “‘연태고량주’는 정당하게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한 상표”라고 맞섰다. 상표법상 원래 식별력이 없는 표장이라도 상표등록출원전부터 그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품에 관한 출처라고 여겨질 경우에는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 따라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상표의 사용기간·횟수, 시장점유율 등 엄격한 기준이 고려된다.
법원은 B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사의 연태고량주는 국내에서 C사에 의해 2003년경부터 독점적으로 수입돼 현재까지 약 19년 동안 판매돼왔다”며 “이 상표가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3호나 4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더라도 고객 대다수는 B사의 상품으로 인식한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A사는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제출하면서 “일반소유자들은 ‘연태고량주’를 단순한 일반명사로 알고 있고, B사의 ‘연태고량주’ 상표는 새로운 식별력이나 새로운 관념을 형상한 것이 아니어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