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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브로커' 만난 아이유, 배우 이지은이 되다

이지은(아이유) /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아이유로 14년, 배우 이지은으로 11년. 영리하게 이중생활을 해왔지만 영화라는 중턱에서 다시 신인이 됐다. 모든 운을 끌어다 쓴 것처럼 첫 상업영화 데뷔작부터 세계적 거장의 연출을 경험하고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연기했다. 배우 인생에서 길이 남을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립박수까지 받으며 인생의 한 페이지를 썼다. 연기를 하는 아이유가 아닌, 배우 이지은으로 초심을 찾는 순간이다.

이지은의 데뷔작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렸다. 인간의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이 작품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하고, 주연 배우 송강호는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지은은 작품의 중심이 됐다. 그는 자신의 아이를 베이비박스 앞에 두고 갔다가 다시 찾아온 미혼모 소영 역을 맡아 이야기를 끌어갔다. 소영이 팍팍한 삶을 살아오며 벼랑 끝에 내몰린 모습, 자신을 이해해 주고 감싸주는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를 만나면서 서서히 달라지는 모습 등이 관객들에게 울림을 줬다.

“소영이는 미혼모이기도 하고 우성이 엄마이기도 하면서 너무 어렵고 무거운 과거사를 갖고 있는 캐릭터라 한 부분에 꽂히지 않더라고요. 모든 장면에서 엄마처럼만 보이고 싶진 않았고 무념무상의 표정을 짓는 하나의 청춘으로 보이고 싶었어요. 어떤 감정으로는 동수를 바라볼 때 여자처럼 해야 하고 주어진 과제가 엄청 많았죠. 당연히 그 과정에서 미혼모라는 설정이 저에게 크게 작용했어요. 사회적 시선에 대해 화를 내는 것도 있었고 생각하느라 바빴던 시간이었어요.”

영화 '브로커' 스틸 / 사진=CJ ENM


‘브로커’를 찍으며 가장 염두에 뒀던 관객은 따로 있다. 10대 시절 방송 촬영을 하면서 알게 된 보육원 아이들이다. 그때 인연으로 지금까지 가족들까지 함께 보육원에 방문하고 있다. 혹여 아이를 버리는 미혼모를 연기하면서 어떤 표현이 인연을 맺은 보육원 친구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칸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고민을 좀 하다가 초대를 했어요. 제가 영화를 볼 때 그 친구들의 마음으로 보려고 했는데 결국에 상처가 되는 주제는 아닐 것 같다 싶었거든요. 이 이야기를 보고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다는 작은 확신이 들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제가 미혼모에 대해 이전에는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스스로 느꼈어요. 제가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니까 표현할 때 자기 연민처럼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소영이는 자기 행동에 정당화하는 인물은 아니거든요. 단호한 결정도 하고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확실하게 말하는 인물이라 혹시 제가 갖는 연민 때문에 소영이가 흐려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소영을 연기하는 데 고레에다 감독의 디렉팅은 큰 도움이 됐다. 소영이 우성을 어떤 눈으로 봐야 할지 긴가민가하게 표현되는 게 있을 때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다녔다. 고레에다 감독은 ‘확실하게 드러나는 연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그렇게 우성이를 사랑하지만 현실 때문에 그런 감정을 스스로 모른 척하고 있는 소영을 연기하는 것이 매 순간 어려웠다.

“감독님께 끊임없이 질문했어요.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 ‘소영이는 왜 이런 상황에 몰리고 이런 선택을 하고 후회한 순간이 있나요?’ ‘어떤 때가 가장 힘들었나요?’라고 물어봤죠. 모두 감독님 머리에서 나온 거라 ‘귀찮으시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안면몰수하고 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듭하며 느낀 것은 고레에다 감독이 상상했던 그대로라는 것이다. 만 15세에 연예계에 데뷔해 상상과 환상이 깨지는 걸 다 느껴봤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알기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었다.

“‘감독님은 얼마나 관용적이고 인간에 대한 깊이가 있는 사람일까’라고 팬으로서 환상이 있었는데 작업하고 나서도 이 환상이 깨지지 않았다는 게 신기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인간이고 상상치도 못하게 귀여운 분이었어요. 감독님에 대한 기억이 정말 좋았어요.”

고레에다 감독이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불가한 한국 배우들과 작업을 시작하기 전, 직접 쓴 손 편지를 건넨 건 인상 깊은 일이었다. ‘감독님은 모두에게 다 (편지를) 쓰시는 건가. 진짜 힘드시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러면서 촬영이 다 끝나고 답장을 하고 싶었다.

“감독님과 작업하고 나서 얼마나 영광인지 말을 못 했더라고요. 제가 촬영 내내 표현을 많이 안 하고 대본 외적인 얘기를 못 했어요. 그래서 편지로라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스태프와 배우들을 대하는 태도에 감동받았다고요.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감독님도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파파고로 번역해서 드렸어요.”(웃음)([인터뷰②]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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