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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이름 걸렸기에…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 [골프 트리비아]

■ 최고 권위 자랑…내셔널 타이틀 이야기

이달 韓·美·加오픈 등 잇단 개최

US오픈은 악명 높은 코스로 유명

유소연, 5개국서 타이틀 진기록

게리 플레이어는 통산 23승 최다

박세리 '맨발샷' 국내골프 붐 견인

US 오픈 로고 조형물. AP연합뉴스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 18번 홀 깃발. 올해 150회를 맞는 디 오픈을 기념해 숫자 '150'을 넣었다. 디 오픈은 전 세계 골프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내셔널 타이틀 대회는 아니다. 사진 제공=R&A


2020년 한국 여자오픈 우승 당시 유소연. 사진 제공=한국 여자오픈 조직위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23승을 거둔 게리 플레이어. 사진 제공=오거스타내셔널


골프계에서 6월은 ‘내셔널 타이틀 대회의 달’이다. 지난주 US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이번 주 캐나다 오픈, 다음 주 US 오픈과 한국 여자오픈,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한국 오픈이 열린다. 내셔널 타이틀 대회는 말 그대로 국가의 이름이 걸려 있는 대회로 각국 투어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선수들도 우승하고 싶은 대회를 물으면 열에 아홉은 내셔널 타이틀을 꼽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내셔널 타이틀 대회는 US 오픈이다. 1895년 시작됐다. 이보다 35년 앞선 1860년 창설된 디 오픈은 ‘내셔널 타이틀’ 대회로 규정되는 걸 거부한다. 미국 미디어가 디 오픈을 ‘브리티시 오픈’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대회를 주최하는 R&A는 “우리는 한 번도 브리티시 오픈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US 오픈 다음으로 오래된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오픈(1903년), 캐나다 오픈과 호주 오픈(이상 1904년)이다. 유럽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내셔널 타이틀은 프랑스 오픈으로 1906년 창설됐다. 이후 뉴질랜드 오픈(1907년), 일본 오픈(1927년), 한국 오픈(1958년) 등의 순이다. 한국 여자오픈은 1987년에서야 시작됐지만 그 무대를 거친 한국 여자 선수들이 세계 무대를 지배하고 있다.

US 오픈은 전 세계 골프 대회 중 가장 험난한 코스 세팅으로 악명이 높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우승자의 스코어를 대략 이븐파에 맞추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프는 깊고 질기며, 그린은 딱딱해 볼이 잘 서지 않는다. 200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2번 코스에서 열린 대회 때 미국 NBC의 해설을 맡은 조니 밀러(미국)는 “자동차 지붕 위에 볼을 올리는 것 같다”고 했다. 2018년 대회 때는 필 미컬슨(미국)이 퍼팅한 볼이 멈추지 않자 달려가서 움직이는 볼을 치는 희대의 사고를 친 적도 있다. 미컬슨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US 오픈에서만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US 오픈에서 3승을 거뒀다. 최전성기이던 2000년 거둔 15타 차 우승은 여전히 최다 타수 차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08년에는 무릎 수술을 받고도 72홀에 연장 19홀까지 총 91홀을 돌며 정상에 오르는 등 지독한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다.

US 오픈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 벤 호건(미국)이다. 그는 37세이던 1949년 2월 대퇴부와 쇄골 등 11개의 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사는 “다시는 걸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호건은 불굴의 의지로 일어나 이듬해 US 오픈 정상에 오르는 기적 같은 드라마를 썼다. 그의 US 오픈 4승 중 3승이 교통사고 이후에 나왔다. 지난해 2월 교통사고를 당한 우즈와 호건을 비교하는 이유다.

한국 선수 중 내셔널 타이틀과 가장 인연이 깊은 인물은 누구일까. 남자는 한장상(82), 여자는 유소연(32)이다. 한장상은 한국 오픈 7회(1964~1967년, 1970~1972년), 일본 오픈 1회(1972년)로 총 여덟 차례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내 프로 골프 선수층이 얇을 때라고 하더라도 대단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오픈 최초의 한국인 우승자도 한장상이다. 유소연은 5개국에서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09년 중국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2011년 US 여자오픈, 2014년 캐나다 여자오픈, 2018년 일본 여자오픈, 2020년 한국 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게리 플레이어(남아공)를 따라올 자가 없다. 그는 US 오픈(1승), 남아공 오픈(13승), 호주 오픈(6승), 브라질 오픈(2승), 칠레 오픈(1승) 등 5국 내셔널 타이틀에서만 무려 23승을 챙겼다.

내셔널 타이틀은 ‘애국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초창기 US 오픈은 스코틀랜드 등 영국 선수들의 놀이터였다. 16회째인 1911년에서야 처음으로 미국 골퍼가 우승했다. 1913년에는 무명의 아마추어 골퍼 프란시스 위멧이 당대 최고 실력을 자랑하던 영국의 해리 바든과 테드 레이를 연장전 끝에 물리쳤다. 이때부터 미국 골프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골프 주도권은 미국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시절이던 1998년 박세리의 US 여자오픈 ‘맨발 샷’이 골프 붐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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