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 ‘탈(脫)원전을 하면 전기 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도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 규모 추정’이라는 보고서를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대선 공약대로 탈원전을 추진하면 2018~2030년 매년 2016년 대비 2.6%씩 전기료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되면 인상률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14%, 2030년에는 40%에 이르게 된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5년 동안 이 보고서를 뭉갠 채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2017년 7월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국회 업무 보고에서 “2022년까지 전기료는 인상 요인이 없다”고 못 박았다. 같은 달 열린 ‘탈원전 정책 당정 협의’에서도 당정은 “탈원전을 해도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고 전기료 인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원전 탓에 전력 생산 비용이 급격히 오르자 정부는 전기료 인상을 늦추는 대신 한국전력에 부담을 떠넘겼다. 그 결과 최고의 알짜 기업이던 한전은 올 1분기에만 7조 786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낸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또 전기료를 4월부터 ㎾h당 6원 90전 올린 데 이어 10월에도 추가 인상할 예정이어서 국민들은 전기료 폭탄을 맞을 처지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국가 문서를 임의로 조작하고 증거 자료를 삭제해 헌법기관의 감사를 방해한 것으로 국정 농단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전기료 인상 보고서를 뭉갠 것은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국민을 속인 또 하나의 국정 농단이다. 유사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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