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시절 러시아산 가스 도입 등 잇따른 친러 정책으로 비판을 받아 온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퇴임 후 6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로이터·DPA 통신 등은 메르켈 전 총리가 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라이너 호프만 독일노조연맹 위원장의 퇴임식에서 "러시아의 침공은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자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역사의 심각한 단절"이라고 규탄했다고 보도했다. 1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 해 12월 자리에서 물러난 메르켈 전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국제 현안에 대해 발언한 것은 퇴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야만적인 침략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등이 수행하는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자위권을 지지하는 데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지역에서 벌어진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과 관련, “부차는 이 공포의 대표적 사례”라며 “평화와 자유를 결코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재임 시절 러시아에 보였던 유화적 태도로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를 독일로 직접 공급하기 위한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2'를 강행한 점을 두고 미국 등 다른 서방 국가들로부터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메르켈 전 총리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동부 돈바스 영토를 두고 분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계속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편 올라프 숄츠 총리 체제에서도 대러 압박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들어야 했던 독일은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숄츠 총리는 이날 독일 연방의회에서 열린 예산 토론회에서 대공미사일과 레이더 추적기 등 현대식 방공 체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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