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앞두고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둔촌삼익빌라’ 재건축 조합이 ‘후분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비업계에서는 분상제가 개편되더라도 원자재 가격 폭등 등으로 공사비가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수익성을 위해 후분양을 선택하는 조합이 잇따라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둔촌삼익빌라 재건축 조합은 빠르면 7월 조합원 분양을 거쳐 8월 일반분양에 돌입한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입주를 8개월 남겨두고 후분양에 나서는 것이다. 통상 후분양은 골조공사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 맞춰 진행된다. 현재 조합은 마감재 선택과 일반 분양가 산정 등 막판 준비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둔촌삼익빌라 재건축은 지하 1층~지상 3층의 연립주택 4개동 65가구를 지하 2층~지상10층의 신축 아파트(더샵팰리스포레스티지) 4개 동 195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장은 포스코건설이 정비사업에서 최초로 후분양을 시도하는 곳이다. 단지 규모는 작지만 서울 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 바로 앞인데다 초·중·고등학교가 가까워 시공사 선정 입찰 때부터 단지 고급화에 방점을 찍은 곳이다. 조합은 분양가상한제가 단초가 돼 내홍을 겪고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과 같은 행정동에 위치한 입지를 고려해 사업 초기부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후분양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둔촌주공과 규모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지만 입지나 상품성 측면에서 후분양을 추진해도 될 것이라 판단했다”며 “조합원들의 선호 등을 고려해 마감재나 세대별 공기청정 시스템, 원격제어 시스템 등을 최고급으로 선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주요 정비사업 조합들은 6월 공개될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확인하고 분양 일정을 조율한다는 입장이다. 한 차례 산정된 분양가에 만족하지 못한 경기 광명 재개발2구역(베르몬트로광명)이나 공정이 25%가량 진행된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래미안원펜타스) 등은 후분양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반포1단지 3주구(래미안프레스티지)는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후분양을 못 박은 단지다.
다만 후분양을 선택할 경우 조합과 시공사가 대규모 사업비를 자체 조달해야 해 금융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 입주 시기의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분양이 흥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이다. 무엇보다 수분양자가 입주 를 6~7개월 앞두고 수억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선분양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낮다.
이 때문에 시공사들은 후분양을 원하는 조합에 △선호도 높은 4베이 평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부엌·거실 마감재 △발코니 확장 기본 제공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시공사는 공정이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에서도 수분양자가 선택한 옵션 적용이 가능한 공법 개발에 나선 상태다. 시공사 관계자는 “후분양을 하면 기본 골조에 손을 댈 수가 없어 분양 마케팅에 제한이 있다”며 “평면과 마감재 등으로 상품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분양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그간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신축 아파트 공급을 막는 걸림돌로 꼽힌 분양가상한제를 현실화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는 표준건축비와 감정가(택지비), 가산비를 더한 값 이하로 분양가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계속 상승하고 있는 건설 원자재 가격과 기술자 노임 등을 고려해 분양가를 좌우하는 건축비와 가산비 산정 기준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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