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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반복적 음주운전·측정거부 가중 처벌 위헌”..윤창호법 무력화

'2회이상 음주운전자'에 이어

'측정 거부'도 위헌 대상 포함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6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이나 음주 측정 거부를 반복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일명 윤창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지난해 2회 이상 음주운전자에 이어 음주 측정을 재차 거부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조항까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윤창호법’은 시행 3년 만에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됐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조항은 음주운전과 음주 측정 거부를 혼합해 두 차례 이상하거나 음주 측정 거부를 두 차례 이상 한 이에게 2∼5년 징역형이나 1000만∼2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25일 도로교통법 148조의2 조항 중 두 차례 이상 음주운전을 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한 부분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반복적인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판단만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적용 대상에 음주 측정 거부자까지 포함됐다.

위헌 결정을 한 재판관들은 해당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들은 “음주운전 금지 규정 위반 또는 음주 측정 거부 전력을 가중 요건으로 삼으면서도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 판결을 요구하지 않는 데다가 시간적 제한도 두지 않은 채 가중처벌을 하고 있다”며 “과거 위반 행위 이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위반한 사람에게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반복적으로 위반했다 하더라도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다양한 유형이 있고 경중의 폭이 넓으므로 형사상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법정형의 폭도 개별성에 맞춰 설정돼야 한다”며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에 상응할 뿐만 아니라 시대 상황과 국민적 법 감정을 반영한 형사정책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2018년 9월 25일 윤창호 씨가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한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사망하면서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다. 20대 국회는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도록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을 개정했고 2019년 6월 25일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를 두고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과 과잉 처벌이라는 주장이 맞서왔다.

법조계는 지난해 이미 위헌 판결이 나온 만큼 처벌이나 재판에서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작년 위헌 판결 이후 법원이 음주운전 사고 관련 재판을 연기하는 등 대비를 해왔다”며 “작년 판결 때만큼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연이은 위헌 판결로 ‘윤창호법’이 무력화돼 음주운전이 늘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도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매년 통계를 보면 음주운전자 40% 이상은 재범”이라며 “음주운전자는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의식이 타 교통범죄에 비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계심이 더 약화될 우려가 크다”며 “가중처벌이 어렵다면 싱가포르나 호주처럼 반복 음주운전자 신상을 공개하는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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