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억 원 넘는 총상금이 걸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2시즌. 개막을 앞두고 거론된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박민지 천하’의 재연 여부였다. 지난해 박민지(24·NH투자증권)는 15억 2100만 원을 벌어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썼고, 다승왕(6승)과 대상(MVP)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최고의 해를 보낸 뒤 새 시즌을 맞아 주춤하던 그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귀환을 알렸다. 올 들어 6번째 대회, 자신의 5번째 출전 만이다.
박민지는 15일 경기 용인의 수원CC(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8억 원)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를 기록한 그는 아마추어 황유민(19·한국체대) 등 3명의 공동 2위를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시즌 첫승이자 지난해 7월 11일 대보 하우스디 오픈 제패 이후 10개월 만에 거둔 통산 11번째 우승이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올 첫 출전 대회에서 공동 28위에 그치고 두번째 대회에선 기권했던 박민지는 이달 들어 KLPGA 챔피언십 공동 4위,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공동 8위로 감각을 찾은 뒤 첫승까지 달성했다. 특히 ‘후원사 주최 대회 2연패’에 성공해 곱절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서 시즌 2승에 선착한 이후 7개 대회에서만 5승을 보탠 기억이 있는 그는 기분 좋게 우승 사냥에 시동을 건 셈이다. 우승으로 1억 4400만 원을 보태면서 시즌 상금 4위(2억 2195만 원)로 도약했다.
황유민과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민지는 ‘잃을 것 없는’ 아마추어 황유민의 패기에 주춤했다. 전반에 3타를 줄인 황유민에게 1타 차 리드를 내줬다. 하지만 관록의 박민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11번 홀(파5) 버디로 공동 선두를 이룬 뒤 13번 홀(파3)에서 2m 남짓한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아 아 홀에서 보기를 적어낸 황유민에 2타 차로 앞섰다. 15번(파4)과 17번 홀(파5)에서 1타씩을 잃어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도 했다. 승부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갈렸다.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황유민이 보기를 범한 반면 박민지는 2퍼트로 침착하게 파를 지킨 뒤 동료들의 축하세례를 받았다.
국가대표 황유민은 마지막 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냈으나 볼이 잔디가 뜯겨나간 디보트 부근에 놓여 운이 따르지 않았다. 2017년 최혜진(23) 이후 KLPGA 투어에서 4년 9개월 만의 아마추어 선수 우승에는 못 미쳤지만 황유민은 황정미(23), 정윤지(22)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한국 여자오픈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던 황유민은 조만간 프로로 전향해 내년 KLPGA 정규 투어 입성을 노린다.
박민지는 “올해 코로나 등으로 스타트가 좋지 않아 자주 울었는데 스폰서 대회에서 우승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고 “(우승이 나오지 않아) 약간 초조한 마음이 있었는데 2개 대회 전부터 샷과 퍼트 감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조급함이 사라지자마자 우승해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 후배 황유민에 대해 “좋아하는 동생이고 정말 잘 치는 선수인데 정규 투어에 오면 어차피 많은 우승을 할 것 같으니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은 그는 “지난해 통산 10승을 채운 뒤 올해 다시 목표로 삼은 1승을 이뤘으니 기회가 오는 대로 다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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