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한 루키가 탄생했다. 영국 유학파 장희민(20·지벤트)이다.
장희민은 15일 경기 여주의 페럼 클럽(파72)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3억 원)에서 나흘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우승했다. 2위 그룹을 4타 차로 멀찍이 따돌렸다. 이 대회는 올해 처음 열린 신설 대회다. 2억 6000만 원의 두둑한 우승 상금을 걸었는데 이번이 KPGA 투어 두 번째 출전인 신인이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퀄리파잉 토너먼트 공동 10위로 올해 정규 투어 시드를 따낸 장희민은 지난달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공동 17위에 오른 뒤 한 달 만의 출전 대회에서 덜컥 트로피를 들었다. 2020년 KPGA 투어 두 번째 출전 대회인 군산CC 오픈에서 KPGA 투어 프로 선수 최연소 우승(18세 21일) 기록을 세웠던 김주형(20)을 떠오르게 한다. 김주형은 지난해 3관왕으로 KPGA 투어를 평정했다. 장희민은 우승 뒤 “우승이 너무 빨리 찾아왔다. 이제 더 많은 우승을 계획해야겠다”고 말했다.
첫날 이븐파 공동 28위, 2라운드에 2언더파 공동 16위였던 장희민은 3라운드에 단독 선두로 솟구쳤다. 바람이 초속 10m까지 몰아치면서 선수들을 흔들어 놓았는데 장희민은 오히려 기회를 만들었다. “이런 바람은 처음이다. 홀마다 방향이 다르고 세기도 다르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2타를 줄였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장희민은 초반에 다소 흔들렸다. 전반에 버디 1개와 보기 3개로 2타를 잃었다. 초반에 더블 보기를 범한 2위 김민규(21)와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장희민은 다른 사람이 됐다.
10번(파4), 12번 홀(파5) 버디로 흐름을 가져온 뒤 14번 홀(파3) 보기로 2타 차로 쫓겼지만 15번 홀(파4)에서 승기를 잡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긴 위기 상황에서 장희민은 11.5m의 클러치 버디를 넣어버렸다. 프린지에서 출발한 볼은 절묘한 커브를 그리며 천천히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 버디로 2위 그룹을 3타 차로 떨어뜨렸고 장희민은 16번 홀(파3) 티샷을 핀 2m에 붙여 연속 버디를 잡으며 4타 차로 달아났다. 17번 홀(파4) 티샷 때 실수가 나왔지만 레이업 뒤 세 번째 샷을 핀 1m에 붙여 파를 지켰고 18번 홀(파5)에서도 안전한 공략으로 타수 차를 유지했다.
중2 때 영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 고교 시절까지 그곳에서 지낸 장희민은 유러피언 3부 투어 경험도 있다. 2016년에는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다. 장희민은 “1번 홀부터 계속 긴장감이 이어졌는데 매 샷 생각해 놓은 대로만 치자고 되뇌었다”며 “생각이 꼬여 실수가 나온 17번 홀 티샷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장희민은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줄였다. 나흘 간 오버파 스코어 없이 고른 성적으로 우승까지 내달렸다.
단독 2위였던 김민규는 2타를 잃고 1언더파 공동 2위로 내려갔다. 공동 21위로 출발한 이상희(30)가 3타를 줄여 1언더파 공동 2위로 마치는 저력을 보였다. 박상현(39)은 함정우(28), 옥태훈(24), 마관우(32), 이태훈(32)과 함께 이븐파 공동 4위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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