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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피해 청소년 "부모님 알까 두려워 영상 삭제신청 못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청소년 두번 울리는 '영상삭제 절차'

'법정관리인 통지' 과정 거쳐야해

피해사실 주변공개 겁나 삭제포기

수사과정 시간 지연도 압박감

부모 대신 활동가로 대체 가능하게

수사규칙 수정 등 제도개선 시급

이미지투데이




‘n번방’ 사건과 같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가 최근 늘고 있지만 피해 영상을 삭제하는 과정에 여러 걸림돌이 존재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거나 부모님 등 법정대리인에게 수사 사실이 통지되는 점을 꺼려 피해 청소년이 삭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피해 영상물 유포는 빠른 속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찰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0년 유죄판결이 확정돼 신상정보가 등록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는 2607명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으나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이나 성착취물 제작 등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범죄자는 전년 대비 61.9% 늘었다.

이처럼 늘어난 디지털 성범죄로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은 수사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겪기도 한다. 피해 영상 삭제나 의뢰인의 동의를 받아 진행되는 증거 자료 수집은 빠르게 이뤄지더라도 가해자를 잡기 위한 수사에서 시간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빠른 영상 삭제와 수사 두 가지를 모두 원하는 피해자가 충분히 만족할 만한 대처를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사 진행 사실이 부모님께 알려지는 것을 꺼려 삭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몸캠 피싱 피해 영상 삭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관 ‘라바웨이브’에 따르면 지난해 51명의 청소년 피해자들이 피해 영상 삭제를 위해 상담을 의뢰했으나 실제 삭제된 경우는 절반이 되지 않는다. 라바웨이브 관계자는 “미성년자 피해 영상 삭제 지원은 무료이기 때문에 금전적 부담 때문이 아니라 상당수의 청소년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가족, 특히 부모님께 알리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주변인에게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 마련이지만 청소년인 경우 ‘범죄수사규칙 13조’로 인해 수사 사실이 주변인에게 알려질 수밖에 없다. 경찰의 범죄수사규칙 13조는 ‘통지대상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 또는 가족에게 통지해야 하며 통지대상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본인에게도 통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라바웨이브 관계자는 “범죄수사규칙 13조 때문에 부모 등 법정대리인에게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삭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부모가 해당 지원을 소용없다고 판단해 삭제 지원을 못하게 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관계자는 "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해야 하는 게 의무는 아니지만 수사규칙에 적혀있기 때문에 통지하는 걸 전제로 진행한다”면서 “사이버 성폭력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이 부모님께 통지된다는 게 걱정돼 신고를 진행하지 않거나 부모님과 함께 신고가 필요하다고 해서 혼자 진술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 받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족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청소년이 해당 사실을 부모에게 알릴 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법정대리인을 부모가 아닌 활동가나 변호사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수사규칙 수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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