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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우크라戰 여파’ 4가지 시나리오

아닌다 미트라 BNY멜런 아시아 매크로 투자전략부문 헤드

아닌다 미트라 BNY멜런운용그룹 아시아 매크로 투자전략부문 헤드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인류애를 위협하는 비극인 동시에 팬데믹의 여파로 취약해진 세계경제를 엄습하는 위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는 여러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준비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투자에 미칠 영향은 정책적 오류와 유동성 마비 여부를 함께 고려해 크게 네 가지 시나리오로 분류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러·우 전쟁이 단기적인 국지전에서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 경우 수급 전망 개선으로 에너지 가격은 하락하고 물가 상승도 둔화된다. 또한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많은 국가들로 인해 생산과 공급망이 확충된다. 동시에 급증했던 선진국들의 내구재 수요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중앙은행들은 온건하고 완만한 긴축으로 대응한다. 금융 환경은 점진적 긴축 기조를 유지하며 세계경제는 지정학적 위기에서 벗어난다. 위험 자산 가치는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전쟁은 짧게 끝나지만 성장 악화 우려로 중앙은행들이 정책 정상화를 미뤄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경우다. 이에 따라 실질이자율이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율은 높게 유지되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치솟게 된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성장세가 회복되고 위험 자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선진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글로벌 위험 자산에 손실을 입힌다.



광범위한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더 큰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 이는 에너지 수입국의 실질소득에 타격을 입혀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중앙은행들은 가격 안정을 위한 긴축 기조를 유지해 금융 상황도 현저히 긴축될 수 있다. 결국 1년 정도면 수요 붕괴와 재정 긴축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해 긴축이 해소되고 자산 가격이 반등하겠지만 2022년은 글로벌 경기 불황의 해로 남게 될 것이다.

마지막은 유동성 경색 시나리오다. 이는 전쟁의 향방에 관계없이 공급망 혼란, 정책 변화, 갑작스러운 긴축재정 등에 의해서도 발생 가능하다.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 과정에서 유동성 붕괴와 위험 자산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지 않는 한 위험 자산이 큰 손실을 입기 전에 회복할 수 있겠지만 일부 지역은 유동성 경색이 현실화될 수 있고 리스크 부담은 당분간 높을 것이다.

상기 시나리오 중에는 전쟁이 단기적인 국지전에서 마무리되거나 광범위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또한 모든 시나리오에서 러시아 경제는 붕괴하고 유럽의 성장은 급격히 침체되며 한동안 높은 에너지 가격과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 지금처럼 작은 변수가 큰 차이를 일으키는 시기에 완벽한 예측은 어렵지만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설정해 대비한다면 불확실성의 안개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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