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액정 교체 등 일부 고장에 대해 사용자가 스스로 수리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했지만, 서비스센터에 맡기는 비용과 다를 바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순정 부품을 판매하는 셀프수리 사이트를 개설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순정 부품을 사서 고치는 비용과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기는 비용이 거의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아이폰12 미니의 화면은 가장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깨진 아이폰12 미니 화면을 직접 교체하는 경우, 애플 셀프수리 사이트에서 순정품 화면을 225.96달러(약 28만58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애플 서비스센터에선 229달러(약 28만9600원)에 화면교체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교체하더라도, 아낄 수 있는 돈이 고작 3달러(약 3800원)에 불과한 셈이다.
소비자는 수리에 사용되는 부품이나 장비 가격도 부담해야 한다. 아이폰의 나사못 하나의 가격은 19센트(약 240원)고, 수리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1주일간 빌리는 비용은 49달러(약 6만2000원)에 달한다. 애플은 셀프 수리 도중 문제가 생긴 제품에 대해선 전화 등을 통한 기술적 지원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해서 논란을 키웠다.
그간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제품 수리에 엄격한 규정을 고수해왔다. 특히 서비스센터가 잘 갖춰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애플의 '불친절한 서비스 규정' 탓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셀프수리' 제도를 애플이 도입한 건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7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아이폰 등 일부 가전 업체들이 수리와 관련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행위를 개선하라고 지시했고, 연방의회에도 이와 관련한 법안이 제출됐기 때문이다.
한편 애플은 미국에서 시작한 셀프수리 제도를 하반기에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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