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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3륜 모두 반대…검수완박 강행, 유신 시절 날치기와 뭐가 다른가” [청론직설]

◆김종민 변호사(전 순천지청장)

70년 사법체계 흔들면서 의견 수렴 없이 졸속 처리 안돼

수사처리 지연 등 검경 수사권 조정 부작용부터 보완해야

‘검찰 수사권 박탈 세계적 추세’ 주장은 허구 프레임 불과

검찰 개혁 핵심은 인사…검찰인사위 실질 심의 보장 필요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가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이 대세라는 주장은 경찰 출신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다”며 “해외 순방을 보류한 박병석 국회의장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권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전에 공포하기 위해 4월 국회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20일 “여당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헌법과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면서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조 3륜(법원·검찰·변호사협회)이 모두 반대하는데도 강행하는 것은 유신 시절의 날치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부터 고쳐야 한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찰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수사·법무행정·변호 업무를 두루 경험했고 프랑스에서 3년 동안 우리 사법 체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기회를 가졌던 김 변호사를 만나 검수완박 논란 등에 대해 들어봤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고 있다.

△검수완박은 70여 년간 이어져온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인데 학계·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도 없이 졸속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항간에서 얘기되는 것처럼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 입법’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어 정당성 또한 의심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조차도 반대하는 이유는 그만큼 살펴봐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검찰에 6대 중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수사권만 남기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시행한 지 1년여 됐는데 그 사이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성적표가 너무 형편없다. 수사는 지연되고 절차는 복잡해져 서민들이 이용하기가 훨씬 불편해졌다. 경찰청 통계에서도 수사 처리 기간이 조정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고 미제 사건도 증가했다. 6대 범죄는 검찰, 일반 범죄는 경찰, 고위 공직자 관련 범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맡으므로 고소장을 낼 때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린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 절차도 있지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서민들이 활용하기 쉽지 않다.

-수사가 진척되지 않아 경찰에 사건들이 많이 쌓이고 있다는데.

△수사권 조정 전에는 검사가 기소할 때는 공소장을, 불기소할 때는 불기소 결정문을 썼다. 이 일이 전체 형사부 검사 업무의 60~70%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후에는 경찰이 자체 수사 종결로 이 일을 맡게 돼 훨씬 힘들게 됐다. 일선 경찰에는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많다고 한다. 특히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 범죄를 다루려면 고도의 법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다 보니 경찰 수사가 부실해지고, 범죄자들은 빠져나가고, 피해자들은 제대로 구제받지 못한다. 수사권 조정 이후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는데 보완 노력도 없이 검찰의 힘을 빼기 위해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민주당은 어떤 명분을 내세워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는가.

△검수완박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에서 나왔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된 사례는 외국에 거의 없다. 수사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준비 절차로 본절차인 기소와 분리될 수 없다. 유럽평의회 2016년 자료에 따르면 47개 회원국 중 39개국이 검사의 수사권이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보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왜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 수사권 박탈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하는가.

△경찰 쪽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기 위해 만든 허구의 프레임일 뿐이다.

-영미권에서는 수사·기소 분리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인데.

△그렇지 않다. 가령 미국의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청의 경우 500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지원 수사 인력은 870명이나 된다. 검사가 직접 중대 범죄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 제도가 생겨난 배경은 무엇인가.

△검찰은 프랑스혁명으로 발명된 제도다. 절대왕정 시기 경찰국가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혁명 후에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통제하는 준사법기관으로 탄생했다. 수사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검찰이라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프랑스·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들에서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다. 검찰의 경우 자체 수사 인력이 거의 없고, 경찰의 경우 수사 인력이 있지만 독자 수사권이 없다. 그래서 모든 수사가 사법의 통제 아래에 있다. 우리나라의 사법 개혁도 이런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 검찰·경찰·공수처가 따로 놀아 사법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사권이 남용되거나 불법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크다.

-사법 통제 장치라는 게 뭔가.

△법의 정의가 구현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검찰은 직접 수사하지 않고 수사 착수부터 전 과정에 대해 경찰을 지휘·통제한다. 또 사건이 송치되는 과정에는 서면주의를 철저히 채택해 사후에 언제든지 수사가 적법·적정했는지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경위 이상의 사법경찰관이 되려면 고등검사장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자격을 부여받아야 한다. 하위직의 사법경찰도 내무·법무장관이 공동 시행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 권욱 기자




-검수완박이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있는데.

△헌법 12조 3항과 16조에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때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검사가 체포·구속 등을 위해 영장 신청을 검토할 때 경찰이 올린 내용을 살펴보는 것 자체가 수사 행위다. 수사권이 전제된 상태에서 관련 내용이 헌법에 들어간 것이므로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는 것은 위헌이다.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비리와 이 전 후보 관련 의혹 수사를 막으려는 ‘방탄용 입법’이라는 비판도 있다.

△법의 지배와 법치주의는 문명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정치 보복’ ‘검찰공화국’ 등의 말을 꺼내 마치 하면 안 되는 불법 수사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사법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민주당 정권이 ‘적폐 수사’를 할 때는 검찰을 적극 활용해놓고 자신들의 권력형 비리에 대해 수사를 받게 되니 검찰 개혁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 있는데.

△1987년 헌법이 개정됐지만 유신·제5공화국 때의 검찰·경찰·법원 시스템을 그대로 뒀다. 중앙집권적인 검찰·경찰·법원을 만들어놓고 대통령이 인사권으로 통제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야당 때는 매번 잘못됐다고 비판하다가 막상 정권을 잡으면 통치에 너무 편리해 오히려 이를 악용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추미애·박범계 등 여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을 맡아 검사 인사를 하는데 정치적 중립성이나 수사의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겠는가. 결국 검찰 개혁의 핵심은 인사 개혁으로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높이는 것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판사와 검사의 인사·징계·감찰을 관장하는 최고사법평의회라는 헌법 기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당장 헌법을 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검찰인사위원회 실질화를 통해 이를 달성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강화되도록 검사장급 이상의 주요 보직 인사에서라도 검찰인사위원회가 실질적 심의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실질적 심사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가.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을 위한 수사권 조정, 국민을 위한 형사 사법이라는 측면에서 전반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실무자는 물론 학자 등 전문가들을 고루 개혁위에 참여시켜야 한다.

-바람직한 수사기관 개편 방향은.

△검찰과 경찰, 법무부 산하 특수수사청 3개 기관이 정립하는 게 이상적이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대신 수사 지휘권을 되찾게 하고, 공수처를 폐지해 법무부 산하 특수수사청으로 흡수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검찰은 경찰과 특수수사청의 수사를 지휘하고, 경찰은 일반 수사를 맡고, 특수수사청은 특별 수사를 하는 3각 구도다. 모든 수사는 사법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도 맞다.

-좀 더 현실적인 개혁 방안은 없는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비대해진 게 큰 문제다. 전국의 경찰 정보과에서 수집한 정보가 수사에 이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중국식 공안 체제가 돼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중국의 최고감찰위원회에 해당하고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 것은 중국의 공안과 같다. 참여연대와 민변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개혁의 전제 조건은 검찰이 실효적인 수사 지휘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박병석 국회의장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보는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내정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겼다. 검수완박을 강행하더라도 얼마든지 민주당이 막고자 하는 수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법무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상설 특검을 이용하거나 검경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할 수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설립될 경우 법무부 장관 산하에 배치되는 만큼 이를 이용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비판 여론 속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수완박을 강행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해외 순방을 보류한 박 의장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He is…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시 31회에 합격해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법무부 인권정책과장, 사법연수원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회의 정부 대표, 순천지청장 등을 지낸 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거쳐 현재 KBS 이사와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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