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제작한 팝스타 프린스 초상화 시리즈의 저작권 분쟁이 결국 미국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진작가 린 골드스미스와 앤디 워홀 재단의 상고심에 대해 미국 대법원은 오는 10월 심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87년 사망한 워홀이 설립한 워홀 재단과 사진작가 골드스미스는 지난 2016년부터 저작권을 둘러싼 다툼을 벌였다.
논란이 된 작품은 지난 2016년 사망한 팝스타 프린스의 얼굴을 담은 연작이다. 1984년 워홀은 미국의 연예 정보 잡지인 베니티 페어의 의뢰로 당시 '퍼플레인' 앨범으로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휘어잡은 프린스의 초상화를 제작했다. 문제는 워홀이 초상화의 밑그림으로 골드스미스가 찍은 프린스의 흑백사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워홀은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프린스의 사진에 다양한 색을 입히는 초상화 시리즈를 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골드스미스는 1981년 보라색 아이섀도와 립글로스를 바른 프린스가 흰 배경 앞에 포즈를 취하게 한 후 사진을 촬영했다. 3년 후 베니티 페어는 워홀에게 작품을 제작해 달라고 요청했고, 워홀은 프린스의 사진을 16장의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했다. 골드스미스는 프린스가 2016년 사망한 뒤에야 워홀이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밑그림으로 무단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워홀 재단이 먼저 시작했다. 워홀의 작품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면서 법원의 판단을 구하자, 골드스미스도 맞소송을 냈다.
이에 2019년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은 워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골드스미스 사진 속의 프린스는 상처받기 쉬운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낸 반면, 워홀이 만든 초상화 속의 프린스는 시대의 상징으로서의 존재감이 느껴진다고 봤다. 원본과의 차이점이 분명한 만큼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공정이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이용은 미국 저작권법에서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락 없이 저작물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그러나 2심에선 판결이 뒤집어졌다. 공정이용으로 보기 위해선 두 작품의 예술적 목적과 특성이 완전히 달라야 하지만 워홀의 초상화가 그 정도로 차별성을 성취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워홀 재단은 2심의 판결이 현대 예술 전체를 위협한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널리 알려진 기성 이미지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팝아트 작가들도 워홀 재단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로버트 로센버그 재단과 로이 릭턴스타인 재단, 브루클린 미술관은 "기존 이미지를 전용하는 것은 수 세기 동안 사용된 예술적 기법이고, 현대 미술의 핵심"이라는 내용의 의견진술서를 내기도 했다.
워홀은 프린스 시리즈처럼 유명인의 모습을 담은 다양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최근 크리스티 경매는 워홀이 할리우드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사진으로 제작한 초상화를 역대 경매 사상 최고 시작가인 2억 달러(한화 약 2430억 원)에 출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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