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현재와 미래의 최고권력자가 날 선 발언으로 맞서면서 신구(新舊) 권력 간 충돌이 더 심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4일 “차기 정부와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 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한국은행 총재 지명에 이어 감사위원 등 인사권 행사 의지에 대한 비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은)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맞섰다. 회동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그 원인으로 윤 당선인 측 '다른 이들의 말'을 지목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마련된 프레스라운지를 찾아 “새 정부와 장기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급한 것도 아닌데 (인사를) 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선인은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대금을 다 지불하고 명도만 남은 상태”라며 “매도인에게 아무리 법률적 권한이 있더라도 들어와 살 사람의 입장을 존중해 필요한 조치는 하지만 집을 고치거나 이런 건 잘 안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은 대선 이후 보름간 만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답답해서 한 말씀 드린다”며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석열 당선인은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다.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 나누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고 했다. 이어 “무슨 회담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협상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각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위가 법무부의 업무 보고도 사실상 거부하면서 충돌 범위는 집무실 용산 이전에 이어 인사권, 공약의 정책화 과정까지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과 당선인이 나서 꼬인 실타래를 풀 것으로 기대했지만 신구 권력의 '치킨게임'이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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