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미국이 러시아를 파괴하려 한다”며 “러시아를 계속 압박한다면 세계는 핵 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3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미국은 러시아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러시아에 모욕을 주고 제한을 가하며 산산조각을 낸 뒤 부숴버리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미국이 러시아를 파괴하는 목적을 이룬다면 세계는 ‘대형 핵폭발’과 같은 대재앙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의 붕괴에 따른 푸틴 이후 세계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그는 “푸틴 정부가 무너진다면 불안정한 지도부가 미국과 유럽을 겨냥한 핵무기가 많은 러시아를 이끌게 된다”며 “유라시아 대륙에는 괴짜나 광신도, 급진주의자가 이끄는 5~6개로 쪼개진 핵무장 국가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 나간 예측이나 싸구려 소설일까? 아니다”라고 밝히며 글을 맺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012년부터 8년간 러시아 총리를 지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메드베데프는 헌법에 의해 푸틴의 대통령 3연임이 불가능해지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통령을 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이후 서방과 가장 극단적으로 맞서는 크렘린궁의 내부 생각을 보여 주는 것이라 분석했다.
특히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역시 “미국이 유일한 슈퍼 파워 지위를 가지려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걸림돌이 되자 이를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어떤 조건에서 러시아의 핵 능력을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나라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국가안보개념’은 국가의 존립이 위기에 처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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