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가 너무 싫은데 코로나 걸리는 방법 알려주세요. 확진된 누나 방에 가서 이불이랑 침대 다 만졌는데 이래도 안 걸릴 수 있나요?”(‘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글)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수십만 명씩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일부 조정하는 등 완화 기조를 보이자 시민들의 방역 긴장감도 사실상 무장해제됐다. 온라인 플랫폼에는 ‘코로나에 걸리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 공유됐고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확진자 본인이 착용했던 마스크를 팔겠다는 황당한 글까지 올라왔다.
18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실제 최근 일주일간 네이버 지식인 사이트에만 ‘코로나 걸리는 방법’이란 제목의 질문이 10여 개 게재됐다. “친구들도 지인들도 다 걸렸는데 계속 불안하게 다닐 바에 그냥 확진되고 싶다”거나 “학교에 가봤자 친구도 없고 공부도 하기 싫은데 빨리 코로나에 걸리고 싶다”는 내용이다.
지역 ‘맘 카페’ 등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남편이 회사에서 확진자랑 밥 먹어서 집안에서 가족끼리 격리한 것만 벌써 5번째”라면서 “차라리 그냥 한 번 걸리고 끝내는 게 낫지 번거롭다”고 썼다. B 씨는 “온 가족이 확진됐는데 나만 안 걸렸다”면서 “이참에 일부러 옮아서 가족이 한 번에 앓고 끝내는 게 낫지 않나”라는 질문을 올렸다. 답변 중에는 “복불복이라서 아픈 사람은 진짜 아프다던데 코로나에 일부러 걸린다니요” “(가족들이 한꺼번에 앓는) 그 방법이 나을 수도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16일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확진자가 자신이 착용했던 마스크를 5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작성자는 “이 마스크 착용하시고 숨 크게 들이마셔서 코로나 감염되시면 집에서 일도 안 하고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고 써서 공분을 샀다.
지난주(7~13일) 국내 코로나19 주간 확진자가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경각심이 풀어진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 완화 메시지가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0.1% 이하로 계절독감 치명률(0.05∼0.1%)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며 ‘코로나19를 계절독감처럼 관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식 전달했다. 이에 더해 오는 21일부터 사적 모임 허용 기준을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등 거리 두기 완화 조치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에 감염되면 누가 위중증 환자가 될지, 사망자가 될지 알 수 없다”면서 “젊은 층도 위중증으로 갈 확률이 적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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