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도 9일 초박빙으로 치러진 대선 개표 결과를 일제히 실시간 타전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득표 차가 0%포인트 내에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한국 20대 대선이 역사적 접전으로 펼쳐졌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날 오후 7시30분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 승패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출구조사에서 승패를 가리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며 결과는 이날 밤늦게 또는 10일 오전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국중앙(CC)TV는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발표 15분 정도 지나 서울 특파원을 연결해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며 대선 동향을 상세히 보도했다. CCTV는 출구조사 결과 두 후보의 예상 득표율 차이가 0.6%포인트에 불과하다면서 개표가 끝날 때까지 어느 후보도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방송 NHK는 오후 7시 30분이 조금 넘어 저녁 뉴스인 ‘뉴스7’ 끝머리에 KBS 화면을 연결해 대선 속보를 전했다.
교도통신도 ‘한국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득표율 비슷’이라는 제목의 속보를 전했다. 통신은 “방송 3사 합동 출구조사에서 보수계 최대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혁신계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거의 비슷하다”면서 “심야 이후 대세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외신들은 대선 결과가 자국과 동북아 정세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한 분석 역시 곁들였다. 블룸버그는 “윤 후보가 승리하게 되면 청와대에 ‘매파’가 복귀하는 셈”이라며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조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중심 공급망 정책 등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 후보의 당선은 “북한을 포용하려는 현 문재인 정부의 지속을 의미한다”고 논평했다. 또한 이 후보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매체들은 첨예한 미중 갈등을 의식해 한국 신임 대통령이 미국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했다.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은 압력을 가하거나 이해관계를 약속하는 식으로 한국을 유인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을 동북아 지정학적 대결의 최전선으로 만들겠다는 시도일 뿐”이라며 “새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의 ‘반일’ 기조를 계승한 이 후보와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강조한 윤 후보 사이의 차이가 커 선거 결과에 따라 냉각된 한일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외교 현안을 다뤄본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시각도 외신을 통해 나왔다. AP통신은 “두 후보 모두 주요한 외교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없다”며 “이는 북한이 올해 들어 벌써 아홉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외교 초보자’인 당선인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 직면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분열을 치유하는 것 역시 당선인이 곧바로 마주할 과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선은 비방전과 스캔들로 얼룩졌고,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모양새도 있었다”며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커진 ‘환멸’을 치유해야 하는 역할도 맡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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