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서 발생한 역대급 산불 피해 속에서도 이재민들이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에 참여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강원도 삼척·강릉·동해·영월 및 경북 울진 등 피해 지역 주민들은 황망한 와중에도 이른 아침부터 투표장을 찾았다.
이재민 김강수(77) 씨는 이날 오전 울진읍 울진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했다. 김 씨는 “산불로 집이 모두 탔지만 투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산불 진화에 피로가 쌓인 진화 대원들도 짬을 내 한 표를 행사했다. 삼척시 사곡리 산불 현장을 밤새워 지킨 한 소방대원은 “사전투표를 못해 근무 교대 이후 복귀하면서 투표했다”고 밝혔다.
산불로 집과 함께 신분증이 소실돼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아 투표에 참여하는 주민도 있었다. 울진군 주민인 전남중(84) 씨는 “불이 나는 바람에 집에서 신분증을 못 가져왔는데 면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서를 주더라”며 “국민이면 다 투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이날 전국 곳곳 투표장에서는 투표용지 훼손 등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도 하남시 신장2동 투표소에서 A 씨가 “도장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표용지 교체를 요구하다가 선관위가 불가 통보를 하자 투표용지를 찢어버렸다. 투표지는 무효 처리됐다.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제12투표소(주곡초등학교)에서도 유권자 B 씨가 “도장이 반밖에 안 찍힌다”며 항의했고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구에서는 60대 남성 C 씨가 투표지를 갖고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C씨는 기표한 후 투표용지를 바꿔달라고 투표소 관계자에게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투표지를 갖고 그대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선거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이 남성을 수사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과 경북 예천 등에서는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가 이미 투표한 것으로 표기되는 황당한 사례가 나왔다. 예천의 한 초등학교에 투표하러 갔던 D 씨는 자신이 이미 투표한 것으로 선거인 명부에 기록된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경북선관위는 D 씨와 동명이인이 잘못 서명했거나 선거 사무원의 실수, 명의도용 가능성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를 시작한 오전 6시부터 약 38분가량 정전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전기 관리실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간 뒤 복구했지만 30여 분간 투표가 진행되지 못해 시민들이 혼란을 겪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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