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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부모님과 여행 계획 중이라면 필독…72살 할머니와 27살 손자의 유럽 여행기

[라이프점프 랜선 여행] 이흥규 저서 <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

할머니와 손자의 9박 10일간의 유럽여행

이미지=참새책방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날이 따뜻해지고 초원이 푸르러질수록 여행이 고파지는 것은 누구나 그럴 것이다. 특히 길어진 코로나19로 언제든 갈 수 있었던 해외여행이 쉽지 않아지면서 여행이 더 간절해졌다. 내 집에서 그토록 가고 싶었던 해외의 그곳을 들여다보는 ‘랜선여행’이 코로나19시대에 유형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라이프점프에서도 랜선여행이 가능한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한다. <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가 바로 오늘의 책이다.

‘49년생 할머니와 94년생 손자, 서로를 향해 여행을 떠나다’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할머니와 손자의 유럽여행 이야기다. “자, 그럼 이제부터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말해줘”라고 말한다면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나이든 부모님과 한 번쯤 여행을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72살과 27살의 여행기라는 거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이든 부모님 혹은 어린 자녀와 여행을 할 때면 매 순간 예상을 빗나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날이 너무 좋아서, 함께 하지 못한 순간들이 너무 많아서 계획한 여행일지라도 내 욕심이 앞선 순간 여행은 지옥이 될 수 있다. 나이든 부모님은 예전만큼 오래 걷지 못하며, 쉽게 피로해 해서다.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와 손자의 아름다운(?) 여행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70살이 넘은 할머니는 무려 16시간이라는 긴 비행 일정 내내 허리가 아파서 고생한다. 그뿐인가. 현지에 도착해서는 유럽 여름의 혹독한 더위에 괴로워하며 화를 냈다. 저자는 ‘그냥 친구랑 올 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뒤로하고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걷는 할머니를 보며 그제야 45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체감한다. 27살 손자가 할머니의 세월을 이해하게 되는 이 순간부터가 이들의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살아온 세월의 틈을 알게 됐다고 해도 9박 10일간의 여행 중 서운한 순간은 또 찾아온다. 저자는 할머니에게 유럽의 멋진 구경거리를 많이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때마다 할머니는 몸이 아프다며 그만 숙소로 돌아가자고 한다. 유럽까지 와 숙소에만 있으려니 서운해지려는 마음이 들려 할 때 할머니는 손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 “꼭 그렇게 기를 쓰고 다 볼 필요가 있겠니. 우리가 함께 있으면 그게 여행이지.” 저자는 욕심이 앞선 여행을 반성하며, 할머니에게서 삶을 느리게 여행하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저자가 그렇듯 우리는 부모님과 여행하는 데 있어 부모님의 나이는 잊고 여행의 목적만 생각한다. 언제 또 이곳에 함께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더 많은 곳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앞선 탓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말을 통해 나이든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의 목적이 관광이 아닌 함께하는 데 있어야 하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서 다시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나이든 부모님과 여행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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