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전국에 내린 비가 최근 반세기 동안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21년 겨울철 전국 강수량은 13.3㎜로 평년(1991~2020년) 강수량인 89㎜의 14.7%에 그쳤다. 이는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최저치다. 강수량뿐만 아니라 강수일수도 11.7일로 역대 가장 적었다.
강수량이 적었던 것은 이번 겨울철 우리나라가 저기압보다 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맑은 날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겨울 일조시간은 605.5시간으로 역대 최장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저기압이 중국이나 서해상에서 생성돼 우리나라를 통과하면서 수증기를 공급하고 비를 뿌리지만, 이번 겨울철은 우리나라 주변을 지나는 저기압이 대기 상층 기압골의 영향을 받지 않아 전선을 동반한 저기압으로 발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비와 눈의 양이 적었다.
실제로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눈이 많이 오면서 지난 겨울 눈이 내린 날은 18.9일로 평년(16.7일)보다 오히려 2.2일 많았다. 하지만 눈의 양이 적어 걍수량도 적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 겨울철 평균기온은 0.3도로 평년(0.5도)보다 0.2도 낮았다. 12월 초순과 중순에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따뜻한 날이 많았지만, 12월 하순에는 대륙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고 대기 중층 영하 30도의 찬 공기가 유입돼 지난 겨울 기간 동안 가장 추웠다.
2월 중·후반에는 중국 북부부터 오호츠크해까지 대기 중층에 차가운 공기가 폭넓게 정체하고 북서풍이 세게 불면서 2월 15일부터 25일까지 추위가 이어졌다. 이 기간의 평균 기온은 영하 2도로 평년(2도)보다 4도 낮았을 뿐만 아니라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낮았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지난 겨울 우리나라는 역대 가장 적은 겨울철 강수량을 기록했다"며 "건조한 날씨로 인한 재해 대응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밝혔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동해안 산불도 건조한 대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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