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병원들이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선 경찰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7일 이달 2일 경남 지역의 한 지구대에 알코올중독인 아들이 집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다며 도와달라는 신고가 2회 연속 접수됐고, 아들은 출동한 경찰에게도 폭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응급입원 조치를 위해 수소문했지만 인근 병원 4곳 모두 확진자 발생으로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경찰로서는 병원 측의 설명이 사실이었는지는 확인할 방법도 없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정신질환자를 응급입원 시킬 매뉴얼도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지적한 경찰관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자타의 위험을 초래하는 정신질환자를 응급입원시킬 병원이 없거나, 수십㎞ 떨어진 타 관내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 대략 5∼10시간을 순찰차나 지구대에서 위험천만하게 보호하고 있다"면서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원칙적으로 정신질환자를 제압하는 일은 경찰, 병원 후송은 소방, 입원 처리 등 행정절차는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제압부터 후송, 응급입원 수속까지 경찰이 모두 맡아 하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 파출소의 한 경감도 "가장 많이 거절당했을 때는 3곳까지 당해봤다. 야간 조일 때는 야근 내내 정신질환자를 순찰차에 태우고 다닌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인근 지역 다른 지구대의 한 팀장도 "경찰과 의사가 동의해야 응급입원이 되는데, 대등해 보이지만 최종 결정을 하는 의사가 사실상 권력을 쥐고 있다"며 "코로나 시기라 특히 애로가 많다. 부담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서남권 지역 지구대의 한 경찰도 "원무과 직원들이 당직 의사가 없거나 보호실이 없어 환자를 못 받는다고 하지만 진짜인지는 모른다"며 "병원의 명백한 의료법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 임의수사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행정조사권이 없어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재 상황에서는 의료진이 받아주기를 기다리거나, 현장에서 잘 달래 가족에게 빨리 인계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일선 경찰들의 이야기다.
자치경찰제 시행 후 일부 지역에서는 자치경찰위원회 차원에서 국립의료원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정신질환자나 주취자의 응급입원 관리 시스템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제대로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책임은 병원이 지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과 지자체, 병원 간 핫라인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개입의 주체이지 관리의 주체는 아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환자를 거부하면 결국 경찰이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되고 치안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시민이 피해를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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