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을 한 박스 찍었는데 한 통도 다 못 썼어요. 제가 윤석열 후보 유세만 하고 있거든요.”
서울 서초갑 국민의힘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은희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선거사무소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늘을 따듯하게 만드는 법안을 내고 싶다”는 조 후보는 서초구청장 시절부터 준비해 온 공약들을 설명하며 활발해지다가도 곧바로 소리를 낮추며 조용히 말했다. “목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초갑은 보수 텃밭인 만큼 조 후보 당선이 유력하다.전임인 윤희숙 전 의원은 2020년 4·15 총선에서 62.6%의 표를 얻었다. 지난해 4·7 재보선 때도 서초갑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75.04%를 몰아줬다. 앞서 당 경선에서 5명이 맞붙었는데 56%의 지지율로 경선을 통과할 만큼 지역에서의 인기도 대단하다.
조 후보에게 왜 이렇게 절박하게 선거에 임하느냐고 물었다. 조 후보는 “이번에는 꼭 정권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오빠를 찍어주면 여동생도 찍어주는 법이다. 윤석열이 당선돼야 조은희도 당선된다”고 말했다. 보통 후보들이 시민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지지를 부탁하는 방식이 아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조 후보는 “윤 후보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제대로 바꿔야 한다고 하다가 목이 확 가버렸다”며 옅게 웃었다.
조 후보는 국회에 들어가면 약자와의 동행에 주력할 예정이다. 그는 이미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지원 법안과 취약 계층 교육 지원 법안 등의 구상을 마쳤다. 조 후보는 구청장 시절 당시 보호종료아동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조직을 만드는 등 전폭적 지원을 했다. 그는 “부의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정한 기회를 지원하는 제도적 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조 후보와의 일문일답.
“‘이웃사촌 윤석열’에게 전국 최대 득표를 주자”
-목소리가 다 쉬셨다. 당선이 유력한 곳에서 왜 이렇게 절박하게 선거운동을 하나
△하도 소리를 지르니까 목소리가 쉬었다. 윤석열 후보에게 힘을 모아주어 제대로 바꿔야 한다고 외치다가 목이 확 가버렸다. 제 선거운동 방식은 ‘쌍끌이 전략’이다. 윤 후보가 득표를 많이 할수록 저도 보궐선거에서 몰표를 받을 수 있다. 저는 제 유세차도 타지 않는다. 저는 ‘윤석열 유세차’를 타고 제 유세차는 그 뒤에 따라온다. 서초구민들께서도 제가 윤석열차를 타는 걸 좋아해주신다. 오빠(윤석열)를 찍어주면 여동생(조은희)도 찍어주는 법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 했을 때는 ‘안철수와 좋은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러면 시민들께서 차 문을 열고 손가락으로 ‘브이(V)’를 만들어주시고 가신다.
-사실상 윤석열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셈이다
△이번 선거운동 때문에 명함을 한 박스를 찍었다. 그런데 한 통도 다 못 썼다. 윤석열 후보 유세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윤 후보가 서초을에 사는 서초 구민이다. 그래서 “이웃사촌 윤석열에게 전국 최다 득표를 주자”고 외치고 있다. 이제는 정권을 꼭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 서초구청장을 지냈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서울시 자치단체장 25명 중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었다. 그래서 구청장직을 떠나 보궐선거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당에서 반대가 많았다고 들었다.
△지난 11월 서초갑 조직위원장 공모에서 불공정하게 배제 당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공정 가치’ 덕분에 죽다 살아났다. 서초갑 후보 경선에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었다. 5명의 후보가 나왔기 때문에 모두들 결선 투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 진정성을 알아봐주신 서초구민들이 1차 투표에서 56%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 잊지 못할 은혜다.
“윤석열, 오세훈, 조은희 삼남매가 야무지게 챙기겠다”
-왜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가
△빛이 셀수록 그늘도 짙다고 생각한다. 그 그늘을 따뜻하게 하는 법안들을 만들고 싶다. 기초단체장으로서 법과 제도의 벽과 한계에 부딪혀 못다 한 정책들을 해결할 것이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한마디로 약자와의 동행이다. 예를 들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 만성적인 대기현상을 해소하고 보육의 질을 높인 공유 어린이집 활성화를 위한 법안, 취약계층 대상 교육지원 법안, 빅데이터 교육 활성화 지원 법안 등을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부의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정한 기회를 지원하는 제도적 틀을 만들고 싶다.
-공유 어린이집은 서초구에서도 추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3~7개의 국공립·민간·가정 어린이집을 하나로 묶는 제도다. 어린이집의 연령별 미스매치를 해소하면서 입소 대기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 어린이집의 절반에 이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공유 어린이집은 어린이집의 혁명이나 마찬가지다.
-서초구 지역 발전을 위한 복안도 있나
△7년 넘게 서초구민들과 구상하고,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꾸준히 진행해 온 경부고속도로 지하화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윤석열 후보도 공약했고 오세훈 시장은 6억 원의 추경 예산을 들여 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 20세기 산업화 시절의 도시 인프라를 21세기 4차 산업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관련법을 제·개정하고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을 꼼꼼히 챙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 오세훈, 조은희 삼남매가 제대로 야무지게 챙기겠다.
“지금 여성가족부는 여당가족부”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으로 화제가 됐다. 반면 조 후보는 지난해 8월 오히려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여성가족부는 여당가족부다. 윤미향 사태, 안희정·박원순·오거돈 성범죄 때 한번도 마땅히 내야 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여당의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도 격상하자는 주장의 의미는 무엇인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여가부를 단순히 격상하자는 게 아니다. 여가부에 제 기능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구 재앙에 직면해 있다. 현재 상태라면, 10년 후 경제 활동의 기둥 역할을 하는 ‘일하는 인구’(25~29세)가 부산 인구수(337만명)만큼 사라지게 된다. 그때 제가 이야기 한 건 ‘저출생 대책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프로젝트로 삼아 총체적·장기적으로 인구 문제를 해소해나갈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먼저 귀담아 듣겠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도 180석 민주당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나
△전략이라기보다 겸손과 역지사지의 자세가 우선 돼야 한다. 지난해 ‘귀를 열고, 길을 열다’라는 책을 냈다. 책 제목처럼 내 말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먼저 귀담아듣고, 국민에게 도움되는 것은 무엇인지,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새 길’을 여는 정성을 다하겠다. 저는 평소에 세금, 부동산 문제에 대해 많이 말해왔다. 그런데 그런 건 당연히 제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들에 더해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들, 즉 앞서 말한 그늘을 따스하게 하는 것이 제가 국회에 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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