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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긴축과 물가, 확인이 필요할 때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 시작된 긴축 발작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도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우리 주식 역시 코스피 기준 10%, 코스닥은 15%나 떨어져 주요국 중 가장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정책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도해 자산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시장금리도 큰 폭 올랐다. 지난해 말 1.5% 정도에 머물던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2월까지도 올라 이제 2%를 넘나들고 있다.

어찌 보면 긴축 발작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100년간 경험해 보지 못한 대규모 전염병 확산에 대한 대응은 사상 초유의 재정·통화정책으로 이어졌고 언젠가는 이를 되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일반적인 경기 순환 사이클에서의 긴축도 자산 시장의 발작적 반응을 초래했는데 이번처럼 한계를 넘어선 정책의 되돌림이 아무런 충격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문제는 시점과 속도, 그리고 정책 당국에 대한 신뢰였다. 각국 정책 당국은 어떤 시점에 정상화가 진행돼야 그나마 가장 온건한 반작용이 나타날 것인지를 계속 가늠해 왔고 가급적이면 시점과 속도를 조절해 충격을 줄이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신뢰가 지속됐기 때문에 지난해 말까지 자산 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계속해 높은 물가가 발표되며 시점과 속도 조절이 실패했다는 우려와 함께 정책 당국에 대한 믿음이 줄었고 이는 그대로 자본시장에 반영됐다.



따라서 앞으로의 자본시장 흐름을 가늠하는 데 있어 정책 당국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해졌다. 특히 시장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인 정책 당국의 전망 능력에 의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정책 시점과 속도의 적절성은 결국 전망의 정확성에 기반한다. 현재 긴축의 핵심에 있는 미 연준은 올해 1분기 이후 물가상승률이 내려가고 내년 말 정도에는 목표 수준에 근접한 2%대 초반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러한 전망이 잘못된 것이라 판정이 내려지면 자본시장은 다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제부터 더 중요해진 것은 금융 시스템 안정화 능력이다. 일반적인 긴축 발작은 대체로 단기에 마무리되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의 위험이 커지면 자본시장은 더 큰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커지고 금융기관 간 유동성 확보 경쟁이 나타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특히 지금은 금융 시스템의 위험을 막는 데 불리한 환경이다. 금융 시스템의 위험이 커질 때 정책 당국이 사용하는 유동성 공급 정책은 그 자체가 다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물가 기대도 막아야 하고 금융 시스템 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물론 정책 당국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와 금융 시스템의 위험에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질 경우 지금보다 더 해결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데 현재 주요국의 코로나19 상황은 분명 나아지고 있다. 특히 전염병 사태의 호전은 이번 물가 상승의 주된 요인 중 하나인 공급망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표 확인 전에 미리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 아직은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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