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상임고문은 21일 종로를 찾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문재인 정권 하에서 총리를 지낸 두 중량급 인사가 적극적으로 유세에 나서는 것은 친문(親文)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자신들의 ‘온건파’ 이미지를 살려 온건·중도 유권자의 표심을 유도하기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이들이 모두 ‘정치 1번지’라 할 종로구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했던 바 있는 만큼, 이날 종로 유세가 과연 서울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이낙연 “李, 민주 정부의 전통을 계승할 적임자”
이 위원장은 이날 종로 유세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경험과 역량을 갖춘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이 후보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을 선택할 때는 위기 극복, 민주, 평화 등 굵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모두 고려하면) 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적합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이 후보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민주 정부의 전통을 계승할 적임자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5번의 역사는 김 전 대통령 1번 노 전 대통령 1번, 문재인 대통령 3번으로 모두 민주당 정부에서 진행됐다”며 “평화와 안보를 모두 잡는 민주당과 이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친인척 비리 농민 시위, 남북한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최초의 정부라고 치켜세우며 친문 세력 결집을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으니 현 정부의 업적을 옹호하면서 이 후보가 계승자라는 점을 부각하는 태도였습니다.
이 위원장은 “종로 국회의원을 중도 하차해 약속을 못 지켰다는 생각에 여러분께 마음의 빚이 있다”며 종로 구민들에 대한 사과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 위원장은 종로구 21대 국회의원으로 있었으나 대선 경선에 뛰어든 시기였던 지난해 9월 15일 일종의 배수진 효과를 내기 위해 사퇴한 바 있습니다.
정세균 “文이 법제화한 손실보상제, 李가 실현할 것”
이날 종로 광장시장을 찾은 정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시기 손실보상제를 법제화하는 등 나름 최선을 다했다”면서 “특히 손실보상제 법제화는 정부가 시혜적으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국민이 직접 손실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제해 헌법 정신을 실현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이어 “이 후보가 당선되면 (손실보상제에 따라) 국민이 입은 손실을 최대한 보상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전 총리 역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연장선상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 셈입니다.
정 전 총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4대강 자연성 회복 폐기’ 공약을 두고 “4대강 사업은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등 적절하지 않은 사업이었다는게 이미 판명 났다”며 “그런데도 (해당 공약을 내세운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책을 승계하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겨냥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책을 승계하겠다는 의미”라며 “국민들은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윤 후보가 21일 목포·김해 유세에서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신을 언급하는 등 호남 세력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날 이 위원장도 여의도 당사에서 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야당은) ‘김대중 정신’을 말하기 전에 김 전 대통령을 몇 차례나 죽음의 고통으로 내몰고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방해한 과거부터 사과하는 게 우선이다”며 “‘노무현 정신’을 말하기 전에 노 전 대통령을 집요하게 조롱하고 퇴임 이후 죽음에 이르게 한 것부터 사과하는 게 도리에 맞는다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 전 총리는 종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제가 8년 동안 종로에서 일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며 "다시 여기서 종로 구민 여러분께 인사 드릴 수 있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종로는 대통령도 만들고, 결심하면 변화도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정치 1번가 아닙니까”라며 “기호 1번 이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십시오”라고 호소했습니다. 19·20대 종로구 의원을 지낸 바 있는 정 전 총리의 호소가 정치 1번지 종로를 넘어 서울의 부동층에게도 파장을 일으킬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