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학의 핵심은 백성을 어떻게 잘살게 할 것이냐, 나라를 구할 계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정약용의 표현대로 한다면 ‘민생국계(民生國計)’이지요. 이를 위한 방법이 공정과 청렴입니다. 조선이 망하고 우리 사회에 아직도 부패가 판치는 것은 다산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8년간 매주 집필해왔던 칼럼 ‘풀어 쓰는 다산 이야기’ 연재를 최근 종료한 박석무(80)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20일 경기도 수원시 효원로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부패와 불공정을 없애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2년 동안 다산 정약용 연구에 매달렸던 박 이사장은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 학술재단 이사장, 단국대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4년에는 다산연구소를 설립해 다산 정약용과 실학사상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다산 관련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것은 연구소 설립 직후인 2004년 6월부터. 처음에는 주 5회씩 썼지만 체력의 한계로 점차 횟수를 줄이기 시작해 2008년 8월부터 주 1회 연재를 해왔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지금까지 써온 칼럼 수는 무려 1194건. 박 이사장은 “e메일을 통해 칼럼을 받아보는 사람이 약 38만 명에 달하고 인용하는 블로그들이 많아 그만두기 힘들었다”며 “이달부터는 정약용만이 아니라 실학사상가 전반으로 확대한 ‘풀어 쓰는 실학 이야기’로 칼럼 내용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년이나 지난 다산 사상을 현재에 재소환하는 이유를 ‘공정과 청렴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다고는 하지만 그에 걸맞은 국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박 이사장의 냉정한 평가다. 직권남용이 판치고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으며 투기로 인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지금의 사회는 결코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다산은 평생의 목표로 공정함과 청렴성을 내세웠다”며 “올해 우리의 국가와 사회가 그만큼 공정하고 청렴한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과 청렴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의미다.
물론 과거에 비해 부패가 많이 줄었다는 것은 박 이사장도 인정하는 바다. 문제는 부패의 강도는 오히려 커졌다는 데 있다. 그는 “부패의 건수는 줄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같이 방법은 더 간교해지고 있다”며 “규모도 몇 백억 원, 몇 천억 원을 넘어 이제는 조 단위에 이르는 등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부패를 없애고 국가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다산 사상의 핵심인 ‘민생국계’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게 박 이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정약용은 참담한 유배 생활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국민을 편안하고 잘살게 할지(민생), 어떻게 하면 나라를 좋게 만들지(국계)를 평생 고민했던 진정한 애국자”라며 “조선이 망한 것은 이러한 다산의 조언을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다산이 꿈에도 못 잊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요순시대처럼 모든 국민이 행복하고 태평하게 사는 것, 애민(愛民)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정약용은 노약자와 병자, 장애인, 재난을 겪은 국민들처럼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방치하지 않고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며 “이것이 그가 말하는 완전무결한 복지국가”라고 덧붙였다.
대권을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선 주자들을 향해서는 ‘지행합일’을 강조했다. 그는 “역대 수많은 대선을 치렀지만 공약을 제대로 실천한 대통령은 별로 본 적이 없다”며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질 수 있는 정치인, 지행합일을 이룰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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