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 막을 내리면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올 들어 7차례나 미사일을 쏘아 올렸는데 이중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포함돼 있었다. 이미 핵개발·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정거리가 더 긴 미사일 시험발사로 국제사회를 긴장시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5월 방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시선을 끌기 위해 상반기에 도발 수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0일 북한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내치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주택 건설 착공식에 이어 18일 연포 온실농장 건설 착공식에도 참석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연포를 최근 20여 일 새 두 차례나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올림픽 개최기간에 군사력 강화 등의 행사 대신 민생 행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80주년인 이달 16일 행사에서도 북한은 별다른 도발을 하지 않았다. 자위력 강화를 과시하는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의식한 듯 불꽃놀이 등 주민행사만 대폭 강화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김정일 생일을 맞아 예년보다 다채롭고 규모 있게 주민 참여형 대중행사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이 폐막하면서 북한의 무력시위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종료된 이후인 4~5월 주목할 만한 대내외 이벤트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4월은 북한에서 가장 큰 정치적 행사인 김일성 생일(태양절) 기념 행사가 열린다. 이에 따라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올해는 특히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맞는 만큼 예년보다 규모 있는 행사를 준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서 김정일 생일보다 더 주목도가 높고 중요한 김일성 생일이 남아 있다”며 “올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5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북한이 이에 맞춰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한 날짜에 맞춰 탄도미사일 시험을 진행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잠잠하다가 왕 부장의 방한 일자에 맞춰 도발을 재개한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같은 경우는 한중 외교장관이 대북 논의를 진행하는 것에 맞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며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이 확정되면 거기에 맞춰 북한이 존재감을 드러낼 어떠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