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인터뷰] '지금 우리 학교는' 로몬, 기다림 끝에 빛을 보다

'지금 우리 학교는' 로몬 / 사진=넷플릭스 제공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언젠가 진가를 인정받기 마련이다. 배우 로몬은 2016년 영화 '무서운 이야기3'로 데뷔한 뒤 드라마 '파수꾼' 등을 거치며 언젠가 세상에 이름을 떨칠 때를 기다렸다. 인내는 길었으나 열매는 달콤했다. 기다림 끝에 얻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기회는 그에게 또 다른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줬다.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얼굴을 알리게 된 그는 이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금 우리 학교는'(극본 천성일/연출 이재규/이하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로몬은 한때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으나 좀비 창궐 이후 누구보다 앞장서 친구들을 지키는 수혁을 연기했다. 원작 웹툰을 보고 이미 작품에 매료됐던 그에게 수혁을 연기할 수 있었던 건 꿈같은 기회였다.

"웹툰이 나왔을 때, 큰 인기를 끈 건 알았지만 나이가 안 돼서 못 보고 있었어요. 나이가 된 후 볼 기회가 생겼는데, 쿠키 300개를 넘게 구우면서 열심히 본 기억이 있어요. 정말 재밌더라고요. 대본을 받았을 때도 '웹툰과 어떤 점이 다를까?' 하면서 봤어요. 역시나 재밌었죠. 수혁도 멋있었고요. 또 넷플릭스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어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아직도 꿈같아요."

로몬은 원작 웹툰 속 캐릭터와 다른, 자신만의 수혁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작이 나온 지 10년이 넘은 만큼 현시대에 맞게 비주얼을 바꿨고, 애드리브도 상황에 맞게 디테일하게 추가했다. 수혁이라는 캐릭터 위에 로몬의 성향을 진하게 넣어서 완성했다.

"감독님을 보고 제일 처음 한 말이 '웹툰처럼 파마머리를 해야 되나요?'였어요. 헤어스타일에 대해 고민하다가 시대에 맞게 가기로 했죠. 또 고등학생 수혁에게 좀 더 집중했어요 캐릭터를 구축할 때 감독님과 제 성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감독님이 '로몬이 느끼는 대로 연기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전 '내가 수혁이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면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제 애드리브도 허용됐는데, 화장실이 완성되고 바로 소변을 보는 장면이 그렇죠."



또 로몬은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수혁의 전사를 만들기 위해 캐릭터성을 더 부여했다. 수혁은 과거 귀남(유인수)이 속한 일진 무리에서 함께 어울려 논 인물이다. 수혁이 왜 귀남의 무리와 어울렸으며 어쩌다가 빠져나왔는지에 대한 전사가 설명되지 않아 더욱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로몬은 이런 수혁의 행동을 본능에 비유했다.

"수혁은 본능에 충실하면서 이타적인 친구예요. 질 나쁜 친구들의 관심도 그저 관심으로 받아들였을 거예요. 같이 어울리다가 자기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느끼면서 올바른 길로 가게 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속에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남아 있기에 친구들을 구하기도 하는 친구죠."

수혁의 매력은 좀비와 맞설 때 배가된다. 가장 많이 좀비와 혈투를 벌이면서 액션신을 소화했다. 그는 좀비와의 액션을 매력적으로 그리기 위해 사투에 가깝게 치열하게 준비했다. 특히 좀비와의 첫 전투 신에 가장 많은 공을 쏟았다고. 걱정과 고민으로 준비한 장면을 보고 나니 뿌듯한 마음도 커졌다.

"좀비 분장을 한 배우들을 보면 정말 무섭고 새로워요. 액션신을 찍을 때마다 계속 무섭더라고요. '합을 까먹으면 어떡하지?'라는 고민도 있었고, 제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봐 무서운 마음이었는데 걱정에 무서움까지 더한 거예요. 그래도 촬영이 끝나면 좀비 배우들이 원래 대로 돌아오지만 슛만 들어가면 너무 무서웠어요."

남라(조이현)과의 멜로도 수혁의 순정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수혁은 남라가 좀비로 변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를 지켜주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스스로 손목을 묶는다. 사람을 물고 싶어하는 남라가 스스로 팔을 물자 "나를 물라"고 말할 정도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로몬은 조이현과 차근차근 대화하며 수혁과 남라의 케미를 만들어갔다.

"과거 '복수 노트'에서 이현이와 만난 적이 있어요. 전 이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워낙 짧게 만나서 그런지 절 잊었더라고요. 또 제가 이현이 나오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재밌게 봐서 더 반갑더라고요. 다시 만났을 때 정말 반가운 마음이었죠. 촬영하면서부터는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나누고, 어색함을 빨리 떨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키스신이 많이 화제가 됐더라고요. 저희가 아직 낯가릴 때여서 어려웠는데, 이현이가 계속 NG를 냈어요. 저한테 너무 미안해하길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오히려 나는 좋다'고 하기도 했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를 많이 해준 것 같아요."





그러나 일각에서는 "급박한 좀비물에서 학생들의 러브라인이 나오는 게 이해가 되지 않고 억지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힘 있게 서사를 그려야 되는 장르물 특성상 러브라인, 그것도 학생들의 로맨스가 몰입을 방해한다는 반응이다. 로몬은 오히려 극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사랑이야말로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행위라고 소신을 밝혔다.

"어색한 것보다 자연스럽지 않나요? '내가 오늘 죽는다면 뭘 할까'를 생각했을 때, 대부분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것 같아요. 혹자는 부모님이 될 수도 있지만 남녀 간의 사랑도 그렇죠. 우리 작품에서 로맨스는 극의 재미를 보여주는 장치라기보다는 인간의 본능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지우학'은 학교라는 배경과 학생을 등장인물로 내세웠지만, 우리 사회 전반적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구조하지 않은 경찰 등을 보면서 점차 어른과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몬은 "이런 상황이 닥치면 어떨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것 같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상황이 인간을 한계까지 몰고 가는 만큼 사회의 어두운 면이 부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완성된 '지우학'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의 사랑까지 한 몸에 받았다. 뉴욕의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인 타임스퀘어에 '지우학'의 대형 광고가 걸리기도 해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쏟아지는 축하를 받으며 로몬은 그저 감사하고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문화적 신선함과 언어적 차이가 있어서 인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 정서 중에 정이 있는데, '지우학'에서도 정이 깊었다고 생각해요. 그 점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이지 않을까 싶어요. 또 고등학생들의 순수함도 인기를 끈 요인 중 하나죠."



2016년 데뷔한 로몬은 '지우학'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까지 약 6년의 세월을 기다렸다. 인공지능 로봇, 학생 살인범 등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차근차근 걸어간 세월이 길게 느껴져 조급할 수 있을 테지만 로몬은 과정을 중요시하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은 덕에 조급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제가 연기를 처음 접하게 된 건 12살 때였어요. 그때 만난 연기 스승님과 아직도 함께 훈련하고 있고요. 처음에는 놀면서 배운 것 같아요. 그러다가 연기에 매력을 느끼면서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어요. 제가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사람마다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 지금까지 그저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면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결과보다 과정에 중점을 두면서 '언젠간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었죠. 제 뜻이 소속사와도 잘 맞아서 같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기다렸어요. 이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는데, 정말 소중해요. 남들보다 한 박자 느리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10년 뒤에 더 단단해진 로몬이 되고 싶어요."

'지우학'을 통해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오른 로몬은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도 많다. 지난 6년이 그랬듯, 앞으로도 과정을 중요시하면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