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18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후 안전진단을 통과한 전국 재건축 단지가 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 3곳 가운데 2곳은 안전진단에서 탈락했다.
17일 서울경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약 4년 동안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최종 단계인 ‘적정성 검토’까지 통과한 전국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14곳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이 적정성 검토를 진행한 단지는 총 28곳으로 통과율이 50%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11개 단지 중 4개 단지(36.4%)만 적정성 검토를 최종 통과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시행 가능 여부를 판정하는 단계로 사업 첫 관문에 해당한다.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 설립 인가 등 이후 단계를 밟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기존 예비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으로 나뉘었던 절차에 적정성 검토를 추가하고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이 이를 수행하도록 했다. 아울러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20%에서 50%로 대폭 상향해 건물 내구도에 문제가 없으면 재건축 사업 진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법령상 구조 안전성 가중치가 50%인 이상 안전진단 자체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심 재건축이 상당 부분 막히며 주요 도시의 아파트는 빠른 속도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R114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77만 8719가구 가운데 준공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99만 212가구로 그 비중은 55.7%에 달했다. 20년 이상 아파트 비중은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46.7%, 이후 11월 부동산R114 조사에서는 52.7%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다수의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 사업 시작을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재건축 사업 수주액이 줄어드는 등 정부 정책의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각종 규제로 중장기 공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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