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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바쁘다는 당신, 정말 시간이 없나요?

■[책꽂이]4000주

올리버 버크먼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평생 4000주밖에 못사는 인간

일·목표 계속 늘려 '완료' 못해

스스로 시간 통제·관리 집착땐

삶에서 만족·행복 느끼기 어려워

순간에 집중하는 삶이 더 효율적





새해나 새 학기, 새 업무가 시작되면 으레 값비싼 다이어리를 마련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보다 계획적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면서 자기 자신에게 과제와 목표를 부여하고, 그 실행 계획을 빼곡하게 세우곤 한다. 요즘은 종이 다이어리를 대신해 스마트폰에 스케줄 관리 앱을 설치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러 색 형광펜으로 다이어리를 정성 들여 정리하듯이 앱이 제공하는 글씨 색깔 변환, 다양한 스티커, 알람 기능 등을 사용해 끝없이 자신의 삶을, 시간을 관리한다. 그러면서 SNS에서 ‘너무 바빠 쉴 틈이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이는 하소연이 아니라 자기 과시다. 단 하루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효율성 높은’ 현대인이라고 세상에 자신을 홍보하는 행위에 다름 없다.

이들은 1분 1초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아야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누릴 수 있으며, 오늘의 ‘바쁨’이 미래의 ‘여유’와 ‘행복’을 담보해 준다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이토록 시간을 잘게 쪼개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기대했던 행복과 여유를 누리게 될까.

영국의 논픽셔니스트 올리버 버크먼은 바쁨을 미덕으로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날린다. 그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월요병 탓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월요일을 몇 번 살 수 있는지, 늦잠을 즐길 수 있는 일요일을 몇 번 누릴 수 있는 지 세어보라고 말한다. 대략 4000번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세계 대부분 국가의 평균 수명은 80세에 못 미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대략 4000주 정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4000번을 살고 나면 우리는 삶과 이별한다. 물론 이마저도 모두에게 동등하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운이 좋아 5000주를 살게 될 수 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짧은 시간만 허락될 수 도 있다. 올 지 안 올지 장담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지금의 나’를 가혹하게 대하지 말라고 버크먼은 신간 ‘4000주’에서 조언한다.



저자는 시간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삶에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이나 목표는 끝없이 늘어날 수 있지만, 4000주 밖에 살 수 없는 인간은 계속 늘어나는 일이나 목표를 결코 ‘완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출근해 잔뜩 쌓인 업무를 쉴 새 없이 처리하고, 수두룩하게 쌓인 ‘받은 메일’을 처리해도 여유는 생기지 않는다. 또 다른 업무와 이메일이 빈 자리에 다시 쌓일 뿐이다. 그렇다고 업무를 게을리 하고, 이메일 답장을 그만두라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일을 더 많이 할수록 미래에 여유라는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이야기다. 그처럼 스스로를 옥죄는 사고 방식에서 자유로워져야 우리는 현재에 더 집중할 수 있고, 현재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버크먼은 ‘너무 바빠서 힘들다’는 사람들이 진짜 바쁘긴 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관심경제는 사람들을 산만하게 만든다. 집중을 방해하는 온라인 환경과 매일 전쟁을 치르다 보니 어린 시절 책벌레였던 사람들조차 한 문단을 끝까지 읽어내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책은 바빠서 고단하다고 하면서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는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버크먼은 4000주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안타까움이 느껴질 정도로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우연히 받은 ‘놀라운 선물’임을 강조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태어나기 전 발생한 수많은 사건들의 연쇄작용 끝에 우연히 태어난 존재다. 버크먼은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소모적이며, 과도하게 비범한 목표를 만들어 스스로 괴롭히는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서 구체적이고 유한한 삶의 경험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려는 자세야말로 진정 효율적인 시간 관리라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다.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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