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좋은 정책이라면 홍준표 정책이라도, 박정희 정책이라도 다 가져다 쓰겠다”고 밝혔다. 부산·대구·대전을 거쳐 서울 집중 유세까지 현장마다 이 후보는 ‘경제’를 수십 차례 언급하며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 후보는 부산 연설에서만 경제를 27번 언급했다.
이 후보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겠다”고 말했다. 전날 외친 국민 통합과 통합 정부의 연장선으로, 중도층 공략에 사활을 걸며 ‘국민 통합 대통령’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해서라도 손실을 보상하겠다”며 ‘위기 극복의 총사령관’에 자신이 적임자라는 점도 내세워 선거운동 첫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상대로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0시 부산항 해상교통관제(VTS)센터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의) 첫 출발지인 부산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면서 “두 분 대통령을 만들어낸 자부심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해 오는 3월 10일에 뜨는 해는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자”며 지지를 호소했다. 첫 유세에서는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면서 “좋은 정책에 연원을 따지지 않고 쓰겠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에게 이념과 사상이 뭐가 중요하냐. 이념과 사상을 관철하고 싶으면 학자나 사회운동가를 해야 한다”며 “내 신념과 가치가 국민과 어긋나면 과감히 포기하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게 민주국가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삶을 확실히 바꿔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이게 바로 실용 정치”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유연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국민 중심, 국민 우선. 오로지 국민의 삶만이 최고의 목표가 돼야 한다”며 “단 한 명의 공직자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실적으로 보여드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성남시장 시절 현대중공업 R&D센터와 경기지사 당시 인공 서핑장 유치 등을 언급하며 “정치와 행정을 누구를 위해 하느냐에 따른 결과”라고 강조했다.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와 인재 양성의 교육 혁신, 경제인이 자유롭게 창업·혁신할 수 있도록 해 대한민국을 살리고 다시 성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첫 유세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000여 명(부산시당 추산)의 유권자가 몰린 가운데 원고 없이 50여 분간 이뤄졌다. 민주당은 즉석연설이 윤 후보와 실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역 민심도 파고들었다. 이 후보는 “부산이 2030엑스포도 유치하고 신공항도 완성해 부산 경제를 박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면서 “부산·울산·경남을 넘어 영호남을 하나로 묶어 싱가포르와 같은 인구 2000만 명이 넘는 새로운 남부 수도권을 반드시 해내겠다”며 재차 지지를 호소했다.
대구로 이동한 이 후보는 개혁 사림과 항일운동, 독립운동 등을 열거하며 “대구·경북의 개혁 정신”을 강조했다. 특히 신천지로 인해 대구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윤 후보를 정조준했다. 그는 “코로나 초기 대구 시민들이 얼마나 슬프고 애달팠냐”며 “법무장관이 압수 수색하라. 복지부가 요청해도 (신천지는) 압수 수색을 당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의사 결정은 과학적 합리성에 기초해 결정돼야 한다”며 “이재명은 정치적 반격이 두려워 정치인들이 사교·주술 집단과 부딪히려 하지 않을 때 정치생명을 걸고 도지사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래서 경기도는 방역의 선구자였다”며 “말은 누가 못하냐. 그러나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경부선을 타고 올라간 이 후보는 대전 으능정이거리에서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고향이 충청도라는 점을 내세우며 “사드(THAAD)같이 흉악한 거 말고 보일러 놓아드리겠다”며 다시 윤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고 편을 갈라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극우 포퓰리즘을 추종하지 않고, 통합된 나라를 만드는 국민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시작했고 문 대통령이 추진했던 지방분권 강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이재명이 확실히 책임지겠다”며 경기지사 시절의 성과를 재차 언급했다. 이 후보는 “경기 남부 산하 공공기관을 (경기) 북쪽으로 다 옮기고 북쪽이 인구 350만 명, 남쪽이 인구 1000만 명이지만 북쪽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60%, 남쪽에 40%를 해도 경기도민이 이재명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며 지역 균형 발전의 적임자도 자신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한편 이 후보와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장관도 각각 전남·전북·대구에서 유세를 시작, 서울에 총집결해 ‘원팀’ 기조와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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