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순회 연설 일정을 이어가던 중 27일 마지막 일정을 급히 틀어 광주를 찾았다. 표면상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점검이 이유였지만 심상치 않은 호남 지역 지지세를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역대 대선에서 90%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민주당의 ‘정치적 둥지’ 호남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탓이다. ‘호남 맹주’인 이낙연 전 대표도 이 후보 일정에 가세하며 설 명절 직전 호남 결집을 통해 ‘호남→충청→수도권’으로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실제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6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지지율 10%대에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직전 대선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가 2.52%의 득표율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은 호남 10%대 지지율에 반색하며 호남 공략에 자신감까지 얻는 형국이다.
물론 이 후보는 지지율과 득표율은 다르다고 선을 긋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공항 기자회견을 통해 “평소의 여론조사 지지율과 득표율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오는 3월 9일 최종적인 국민의 의사 결정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다만 지역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전날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을 찾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유가족에게 문전박대를 당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전남·광주 지역 20대의 윤 후보 지지율이 32.3%(소셜데이터리서치 14~15일 조사)까지 치솟는 경우도 나왔다. 호남 지역 지방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이 후보에게 비협조적이라는 동향 보고까지 선거대책위원회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전방위적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송 대표가 문전박대를 당한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을 찾아 “중대재해 사고를 반복해서 일으키는 기업들은 건설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광주 군공항 이전 적극 지원 △미래 모빌리티 산업 육성 △그린 수소트램 구상 지원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명문화 등 전폭적인 광주 지원 공약을 쏟아냈다.
정서적 호소에도 나섰다. 그는 충장로 즉설 연설을 통해 소년공 시절을 언급하며 “열세 살 때 공장에 가보니 이상하게 관리자는 다 경상도 사람, 밑에 말단 노동자는 다 전라도 사람이더라”며 “박정희 정권이 자기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 투자하고 전라도는 일부 소외시킨 결과”라고 지역 정서를 자극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죽비이자 회초리로서 민주당을 바로잡아주실 광주”라고 강조했다. 함께 유세에 나선 이 전 대표도 “노를 저어본 사람에게 사공을 맡겨야 한다.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더 낫다”고 지원했다. 이 같은 호소 전략에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실제 이 후보의 득표율은 지지율보다 높게 나올 것”이라면서도 “설 명절이 되기 전 텃밭 민심을 다독이자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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