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금지 등을 요구하는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해 서면 답변을 전달했다. 러시아의 주요 요구 사항에 대한 양보안을 담지는 않았다고 미국이 밝힌 가운데 공을 넘겨 받은 러시아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가 서면 답변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답변에서 러시아의 안보 문제 뿐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들의 우려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외교적 논의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 국가가 스스로 안보 협정과 동맹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해 우리가 수호하고 지켜야 할 핵심 원칙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의
추가 나토 가입을 배제하고 나토의 동부전선에 전략 무기 등을 배치하지 않는 것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과 나토는 이에 대해 긴장 완화를 위한 군축은 가능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은 확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의 원칙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양국 외무장관 간 후속 회담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의 서면 답변을 전달 받은 러시아는 아직까지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미군 병력 8,500명의 나토의 동부 전선으로 합류가 예고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서면 답변과 나토군의 움직임을 보며 러시아의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앞서 하원에 출석해 "미국 측의 요청이 있으면 러시아가 서면 답변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답변의 핵심과 내용은 일반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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