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을 탄핵했던 게 불과 5년 전이지만, 차기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 돌아보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만큼 세상이 달라진 건 별로 없다. 현 집권세력인 진보진영도, 기득권 세력이라 불렸던 보수진영도 상대방을 향한 가열찬 비판을 통해 정권을 잡았지만 각자 집권 후엔 별반 다를 바 없는 행태만 드러냈다.
신간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는 한국 정치의 이런 모습이 현실의 어떤 문제를 고칠지 논하기보다는 상대를 반대할 이유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한 퇴행적 정치문화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반대를 통해 '우리 편'을 조직하는 효과적 방식을 찾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본다.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들도 마찬가지로 비판의 대상이다. 야당 시절 집권세력을 향한 반대를 조직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저 퍼포먼스에 그쳤을 뿐 내실이 없었으니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저자는 ‘대깨문’과 ‘태극기 부대’가 양 극단에서 중도와 합리를 지향하는 정치와 적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반대의 정치’란 하나의 같은 맥락 안에 있다고 날카롭게 집어낸다.
이 책은 이 같은 ‘반대의 정치’가 한국만의 일이 아니나 전 세계적인 일이며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흐름이라는 점을 고찰한다. ‘반대의 정치’에서 자유로운 곳은 지금 지구상 어느 곳에도 없다. 1만7,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